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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조사 중인데 난데없이 행정처분··· 정부의 지원 의지 확보가 관건
한창 조사 중인데 난데없이 행정처분··· 정부의 지원 의지 확보가 관건
  •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장)
  • 승인 2021.03.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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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하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지난 2년간 서울시의사회가 참여한 전문가평가제(이하 전평제) 시범사업은 약 50건의 사건을 해결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향후 전평제가 의료계의 자정기구로서 안착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먼저 언론을 통해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거나 제기된 민원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사에 대한 인적사항과 연락처 그리고 관련 자료에 대한 취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보건소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도 개인정보 보호법 등을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조사에 어려움이 크다. 실제로 전평단에 접수된 49건의 사건중 1건은 이와 같은 이유로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본사업에 들어가기 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와의 업무 협조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의협과 복지부 장관이 전평제 시범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하였지만 보건복지부 자체도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정보 제공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또한 정기인사로 주무 공무원의 부서 이동이 많은데,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평제 주무부서와 기존 의료인력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는 부서가 서로 달라 이들 사이에도 협조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평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느닷없이 행정처분이 이뤄지거나, 관할 보건소에 조사 지시가 이뤄지기도 한다. 한 번은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바람에 전평단의 조사가 중간에 중단된 적도 있었다.

향후 전평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관할부서의 ‘일원화’와 행정처리 지침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보건소와 보건복지부에 조사 요청된 건에 대해선 전평단에 우선적으로 의뢰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보건복지부가 전평제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원 의지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의사 회원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서울을 비롯한 8개 시도에서 2기 전평제 시범사업이 약 2년 동안 시행되었지만 서울을 제외한 타 시도의 민원 처리 건수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각 지역 의사 사회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일부 지역은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을 텐데, 의협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전평제에 대한 홍보에 나서준다면 전평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전평제가 법적으로 제도화된다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민원을 처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평가단(전평단) 관련 전담부서 신설과 이에 따른 인력 충원 및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의협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난 2년간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크고 작은 보람을 느꼈지만 아쉬움 또한 적지 않다. 특히 그동안 막연히 문제라고 생각했던 준사무장 병원의 불법행위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는 우리 의료계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절감했다.

노인복지재단 산하 한 의원에서는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준다며 불법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었다.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 같은 행위가 모여 건전한 의료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인근 의료기관에 피해를 주게 된다. 특히 이 의원에 고용된 의사는 정상적인 진료 능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게 된다. 장기적으로 의사에 대한 불신을 키워 의료계 전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전평단 활동을 통해 서울에만 이와 유사한 의원들이 10개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정부를 설득하고 국회와 언론에 알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절실히 느꼈다. 향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준사무장 병원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전평단이 기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

여러 문제점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울시의사회 34대 박홍준 회장 집행부는 전평제 시범사업을 역점사업으로서 충실히 수행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는 대한의사협회의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인 가칭 '대한의사면허관리원' 설립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으로 자부한다. 그간 회원들의 관심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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