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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응급환자 어쩌라고··· 백신 이상반응 급증에 응급실은 '북적북적'
'진짜' 응급환자 어쩌라고··· 백신 이상반응 급증에 응급실은 '북적북적'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3.1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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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반응 의심신고 전체의 1.4%, 일부 응급실로 몰리자 '비상'
전문가들 "이상반응에 대한 정확한 정보 국민에 적극 알려야"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선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이 "응급실을 살려주세요"란 문구가 쓰인 종이 한 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사진=뉴스1)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선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이 "응급실을 살려주세요"란 문구가 쓰인 종이 한 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사진=뉴스1)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이러다 응급실 업무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은 11일 0시 기준 백신 누적 접종자는 총 50만635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국내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시작한 지 13일 만에 국내 총 인구(약 5200만 명) 대비 약 1%에 가까운 접종률(0.96%)을 달성한 것이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접종 후 고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의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이상반응 의심 신고 건수는 6859건으로 국내 누적 접종자 50만635명의 1.37% 수준이다.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해열제 등을 복용하며 좀 더 증상을 지켜보려 하지만 일부는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한 지방대학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A씨는 “예방접종 부작용 환자들로 응급실이 마비되기 직전”이라며 “다른 병원 응급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접종자들은 단순히 경증 이상반응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 중소병원의 원장 B씨는 “백신을 맞은 병원 직원 상당수가 젊은 사람들인데도 일부는 고열이 계속돼 해열제를 맞기도 했고, 평생 이런 통증은 처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자연스러운 면역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경증 이상반응과 중증 이상반응으로 분리할 수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증 이상반응은 그만큼 백신이 잘 만들어져서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상반응이 예상했던 것 이상의 고통을 안겨주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작 생사의 기로에 있는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일때 의료기관을 찾을 것을 권하고 있지만 접종자들이 고열 등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응급의료체계에 부담을 주는 선을 넘었다”며 “코로나19 방역전략의 목표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부담 경감인데, (오히려) 예방접종으로 의료를 붕괴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의료에 대한 이해가 깊은 보건의료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되면 이상반응으로 응급실을 찾는 접종자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그 전에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해 더 정확한 정보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재훈 교수는 접종 후 경증 이상반응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접종 후 휴식시간을 주자"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발열, 통증 등의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는 백신 자체의 면역 형성능력이 우수하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접종자들에게는 우려가 될 수 있다”며 “접종 후 발열 등의 몸살 증상이 어느 정도의 빈도로 얼마 정도 유지되는지 등의 정보를 안내하면 지금보다는 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경증 이상반응이라고 하지만 직접적으로 접종을 경험하는 국민들은 훨씬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응급실을 찾아가는 것보다 어떤 증상은 집에서 쉬어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정도라면 접종 후 하루나 이틀 정도 휴가를 주는 것을 제도화하거나 권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용수 교수는 기본적으로 약물의 부작용(side effect)이 반드시 부정적인 효과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효과도 의미하기 때문에, 또 다른 부작용(Adverse reaction)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약물에는 주작용과 부작용이 있는데, 기대되는 가장 중요한 효과를 주작용이라 하고, 그 외 부수적인 모든 효과를 '부작용(side effect)'이라고 한다”며 “그야말로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의미하는 개념은 'Adverse reaction'이라 하는데, 백신 접종으로 따지자면 사망이나 아나필락시스 등을 의미한다”며 두 가지 ‘부작용’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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