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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진료비 35만원 거짓청구한 의사에 2개월 자격정지··· 法 "재량권 남용"
입원진료비 35만원 거짓청구한 의사에 2개월 자격정지··· 法 "재량권 남용"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3.1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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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환자에 진료비 청구해 '사기' 확정되자 복지부, 자격정지 행정처분
法, 처분사유 인정되나 조사방식에 문제제기···복지부 처분 '위법' 판결

진료비 약 35만원을 거짓으로 청구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의사에 대해 면허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복지부가 의사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기 위해 거짓 청구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조사대상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아 실제보다 피해를 부풀렸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의사 A씨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1월 통원치료가 가능한 환자 B씨에 대해 14일간 입원하도록 했다. 입원 기간 동안 환자가 빈번히 외출이나 외박을 하는 등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B씨가 실질적인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요양급여를 청구해 약 35만원을 타냈고, 이같은 혐의(사기 및 사기방조, 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개인병원의 제한된 인력 상황 등으로 인해 환자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1심에서는 A씨의 혐의가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사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A씨에게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2심과 같이 A씨에 대한 판결을 확정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4월 ‘진료비 35만원가량을 거짓청구했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해 2개월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A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의료법은 의사가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청구한 경우 1년 이내 범위에서 의사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된 만큼 복지부의 의사 자격정지 처분 사유는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의사 자격 정지 처분으로 A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크다”며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령인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은 A씨처럼 관련 서류를 위조 혹은 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에 ‘월평균 거짓청구 금액·비율’을 고려해 자격정지 기간을 달리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월평균 거짓청구 금액·비율을 산출하려면 먼저 ‘조사대상 기간’을 정해야 하는데, 조사대상 기간이 길어지면 이와 반비례해 월 평균 거짓청구 금액·비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복지부는 A씨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조사대상 기간을 A씨가 B씨에 대해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2016년 3월 '한 달'로 정한 뒤 진료급여비용 총액은 약 2167만원, 월 평균 거짓청구 금액은 약 35만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른 거짓청구 비율은 1.64%로, 복지부는 2개월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산정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2015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기간을 19개월로 정해 A씨 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현지조사가 실시된 이상 조사대상 기간은 현지조사 기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복지부가 A씨 판결에서 인정된 범행기간(1개월)을 조사대상 기간으로 정했지만, 조사대상 기간을 범행기간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사대상 기간을 1개월이 아닌 현지조사 기간과 같은 19개월로 하면 월 평균 거짓청구금액은 약 1만8000원이고, 거짓청구 비율도 약 0.1%로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위한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자격정지 기간 산출의 기초가 되는 조사대상 기간 설정에 '오류'가 있어 복지부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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