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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반·우려반 속에 출범한 ‘전평제’··· 'So Far, So Good'
기대반·우려반 속에 출범한 ‘전평제’··· 'So Far, So Good'
  •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단장)
  • 승인 2021.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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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0일 대한의사협회는 독립적 면허관리 기구인 가칭 '대한의사면허관리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의사 단체가 직접 면허를 관리하기 위해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이에 의협은 독립적 면허관리를 위한 시발점으로 자율규제권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 의료계 내부 자율규제 기구인 전문가평가제(이하 전평제) 시범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서울시의사회 34대 박홍준 회장 집행부는 전평제 시범사업을 역점 사업의 하나로 삼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34대 집행부가 3월말을 기해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전문가평가단(이하 전평단) 단장으로서 지난 2년간의 활동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평제는 지역 의료 현장을 잘 아는 의사가 동료의사에 의한 품위 손상 행위와 의료 윤리 위배 행위 등을 상호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자율 징계하는 제도이다. 지난 2015년 11월 양천구 다나의원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의사 면허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의료인 단체의 자율 규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지난 2016년 11월부터 광주, 울산, 경기도에서 1기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또 2019년 5월부터는 의협과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업무협약으로 서울을 비롯한 광주, 울산, 인천, 대구, 대전, 부산, 전북 등 8개 시도에서 2기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시 의사회 전평단에 민원 접수된 사건은 총 49건으로, 행정처분 의뢰 9건, 주의 처분 31건, 혐의없음 6건, 조사중단 3건, 비의사 고발 1건으로 처리하였다. 민원 제보자는 대부분 의사 개인이나 단체였지만 일반인에 의한 제보도 6건이 접수됐다. 피민원인은 7개 구분회와 4개의 특별분회에 소속된 회원이었다.

전평단은 광역평가위원 7명과 각 구 및 특별분회 별로 2인의 지역 위원으로 구성된다.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분회의 위원과 광역 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처리한다. 조사 방식은 방문과 면담조사 또는 서면 조사로 진행하였다.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엄중한 사건의 경우엔 해당 학회의 협조를 얻어 조사단을 구성한 뒤 사전 조사를 한 경우도 있었다.

조사 후 전평단이 내리는 결론은 '혐의없음' '주의' '행정처분의뢰' 등 세 가지다. 이 중 '혐의없음'의 경우 자체 종결하며 '주의'와 '행정처분의뢰'의 경우엔 서울시의사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게 되고 의협 중윤위가 최종 결정하게 된다.

1기 시범사업이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는 바람에 적지 않은 회원들이 전평제에 대해 불신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2기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서울시의사회 입장에선 사업 초기부터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출발한 서울시의사회 전평제에 대해선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타 시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건 처리 건수가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또한 치밀한 사전준비를 통해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덕분에 조사와 처분 과정에서 민원인과 피민원인 양측 모두 큰 불만 없이 사건에 임하고 결과를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다양한 직역을 망라해 신뢰할 수 있는 평가위원들을 초빙해 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지역 구분회는 구회장과 상임이사, 특별분회는 책임감 있는 보직 교수 위주로 위촉했다. 특히 7명의 광역 위원은 시의사회 부회장, 총무이사, 특별분회 교수, 25개구 대표 회장, 25개 구 보건소 대표 회장, 대의원회 부의장, 마지막으로 법제이사인 변호사로 구성해 신뢰도와 전문성에 있어 타 시도의 모범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 총무이사인 김성배 조사단장과 법제이사인 전성훈 변호사가 방문조사 때 보여준 희생정신과 열정은 전평단의 성공적인 안착에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과중한 업무 수행 와중에 전평단 관련 사업까지 도맡아 성실히 지원해준 서울시의사회 사무처의 수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주고 위반 사실을 곧바로 시정해준 회원분들께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향후 의협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면허관리 기구를 설립하는 데 있어 전평제가 그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비윤리적인 의사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통해 의료계를 자정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의사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높이고, 의사들 사이에 공정한 경쟁을 지향해 의사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전평제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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