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수술'에도 건강보험 적용되는데··· 수술 실적 부진한 이유는?
'비만 수술'에도 건강보험 적용되는데··· 수술 실적 부진한 이유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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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고도비만 한해 급여화, 첫해 4배 증가 후 지지부진
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 실손보험사 지급거부 등 장애로 꼽혀

병적 비만 환자들에 대한 수술 치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비만 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실제 수술이 필요한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고도비만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10년 후에는 국민 10명 중 1명이 고도비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와,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비만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국내에서 체질량지수(BMI) 35kg/m2 이상이거나 30kg/m2 이상이면서 동반질환(고혈압·당뇨병 등)을 갖고 있는 경우 치료 목적 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로써 1000만원이 넘는 수술비의 20% 수준에 해당하는 본인 부담금만 내면 미용목적의 지방흡입술이 아닌 위조절밴드술, 위소매절제술, 루와이 위우회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병적 비만은 단순히 살이 찐 상태가 아닌 고도비만 환자들을 말한다. 대부분 고혈압, 심혈관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위식도역류증, 지방간, 다낭성 난소질환, 퇴행성관절염, 정신질환 등 동반질환을 가지며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어 체중감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식이요법이나 운동, 약물 치료 등으로 체중을 감량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전문가들은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학계의 노력으로 필요성이 인정돼 국내에서도 비만대사수술이 급여화된 이후 관련 수술 건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을지대병원 외과 이주호 교수가 지난해 9월 열린 비만대사외과학회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급여화 이전인 2018년 국내 비만대사수술 건수는 572건이었지만, 급여화 이후인 2019년에는 2529건으로 약 4.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아직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지난해엔 수술 건수가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2019년 수술 건수인 2529건도 국내 전체 고도비만환자 중 0.17% 수준에 불과해,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 수에 비하면 수술을 받는 사례가 극히 적다고 말한다. 

비만대사수술의 안전성이 100%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고 급여화까지 이루어졌음에도 기대만큼 수술 건수가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비만수술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란 분석이다.

안수민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회장은 “고도비만의 유일한 치료법은 비만대사수술로 단순한 체형 교정이 아닌 삶의 질 개선과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방법이지만, 치료 필요성과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손 보험회사들이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꺼리는 것도 수술을 제한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비만대사수술 후 보험금 지급을 신청하면 보험약관상 비만 관련 의료비는 지원하지 않는다며 거부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의 질병분류코드는 E66(비만)인데, 이런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일부 의료진들은 비만수술 시 병적 비만을 의미하는 E66.8로 진단서를 기재하고 있지만 일부 보험회사들은 E66.8 역시 E66의 하위분류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는 실손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한 대책 마련을 관계 당국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보건 당국과 금융 당국 모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는 실손 보험사에서 환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감사를 맡고 있는 박성수 고려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여러 번 관련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지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비만대사수술 급여화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은 만큼 제반 사항을 정비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박성수 교수는 “급여화의 출발은 좋았지만 시행된 지 2년이 넘은 만큼 의료 현장에서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시기가 왔다”며 “비만대사수술 외에도 급여화는 이루어졌는데 실손 보험사에서 지급을 거부하는 다른 사례들을 찾아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도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0 알고 싶은 건강정보 통계’에 따르면 2016~2018년 일반 건강검진 대상자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고도비만율은 5.1%에서 6.1%로 약 2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젊은이를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0년 뒤인 2030년에는 국내 고도비만 인구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3월4일로 정해진 세계 '비만의 날(World Obesity Day)'을 기념해 3월부터 고도비만 및 비만형 당뇨질환 인식 개선을 위한 '비만 잡는 외과의사'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 캠페인은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대중들에게 고도비만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의학적 치료가 요구되는 질병이라는 질환 인식을 확산하고 수술적 치료 필요성을 알리고자 마련됐다.

안수민 비만대사외과학회 회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대중들이 고도비만의 위험성과 수술적 치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고도비만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술적 치료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는 치료 환경이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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