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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데 물어볼 데는 없고'··· 가려운 곳 긁어준 감염병예방 '맞춤형 컨설팅'
'궁금한데 물어볼 데는 없고'··· 가려운 곳 긁어준 감염병예방 '맞춤형 컨설팅'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2.19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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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울시醫, 투석병원·정신과 중심 의원급 20곳에 진행해 호평
정부 방역수칙 실무엔 적용 어려워, 1차의료기관에 맞춤형 정보 제공
홍성진 서울시감염병대비운영위원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 맨 왼쪽)과 송정수 위원(서울시의사회 학술이사, 왼쪽에서 두 번째)이 열린의료재단 연신내열린의원을 방문, 의료진들에게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시의사회가 감염에 취약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지원사업이 종료됐다. 

이번 사업은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 등이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과 문제될 수 있는 사항 등 일선 의료기관에서 궁금해 할 만한 사항들을 안내·해결해줌으로써 해당 의료기관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애초 의원급 11곳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입소문을 타면서 대상을 늘려 총 20곳이 컨설팅에 참여했다.  

다만 이번엔 투석실 운영 병원 등 감염병 발생 위험이 높은 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만큼, 향후엔 보다 다양한 진료과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사업을 진행한 관계자들로부터 성과와 개선점에 대해 들어봤다. 

◆박홍준 회장 “짧은 기간이었지만 회원들에게 도움”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이번 컨설팅 사업에 대해 “감염병으로부터 의료기관들이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쉬운 특수진료과를 중심으로 먼저 추진했다”고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이처럼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면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폐쇄하지 않고도 코로나19 2차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리란 게 서울시와 서울시의사회의 구상이었다.  

박 회장은 “회원들을 만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의료기관들이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이후 감염병 초기 발생 때보다 감염 수칙을 잘 지키며 대응을 잘 하고 있었다”며 "짧은 기간, 전문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컨설팅이었지만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향후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감염병으로부터 피해받지 않도록 회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진 위원장 “맞춤형 컨설팅으로 가려운 곳 해결” 

“다음 환자를 보기 전에 손 소독은 꼭 하는데, 장갑을 껴도 손 소독을 해야 하나요?”, “직원 중에 코로나 의심환자를 진료하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나요?”,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이 2~3명씩 식사를 하는데 괜찮은가요?” 

홍성진 서울시감염병대비운영위원장
홍성진 서울시감염병대비운영위원장

이번 컨설팅 과정에서 일선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질의한 내용들이다. 

홍성진 서울시감염병대비운영위원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맞춤형 컨설팅이 의료기관들의 가려운 곳을 해결해 준 것 같다”고 이번 사업에 대해 평가했다. 

홍 위원장은 "컨설팅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관리·감독받는 느낌을 받았는지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처음엔 신청을 꺼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의료기관과 달리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컨설팅을 신청하는 곳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홍 위원장은 "그런 심정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회원들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고 했다. 특히 “회원들은 제대로 된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정부와 학회의 방역수칙에 따라 희생을 감소하면서 환자를 돌보고자 노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질병관리본부에서 몇 차례 의료기관별 방역수칙이나 지침을 발표했지만, 자료가 워낙 방대할 뿐만 아니라 홍보도 제대로 안 된 상태였다.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궁금한 점은 많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은 없었다. 홍 위원장은 “회원들이 다른 곳에 물어보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줬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감사하다’는 회원들의 문자를 보면서 이것이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했다”며 “다음 번엔 보다 다양한 과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을 대상으로도 감염병 전문교육을 진행해 감염병 확산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원 교수 “현장의 상황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 

이번에 직접 컨설팅을 담당했던 중앙대병원 정진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사업에 대해 "1차 의료기관들이 감염병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현장의 상황을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 교수는 “(이번엔) 투석병원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학회가 나서서 별도 지침을 마련해 배포하는 등의 노력으로 다른 진료과보다 비교적 감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매우 주의하는 모습이었다”며 "(다만) 아직 의사나 직원 감염에 대한 방역 지침과 조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곳도 있었는데, 이는 정부가 내놓은 방역수칙은 감염내과 의사가 보기에도 내용이 많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의료기관별 방역수칙은 현장에서 겪는 실무적인 문제까지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1차 의료기관들을 위한 방역수칙 책자와 함께 안내사이트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컨설팅 사업이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며 "특히 일선 현장에선 (정부의 도움보다) 의료기관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의사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에 진행하다 보니 컨설팅 대상이 주로 투석병원과 정신과로 국한됐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 교수는  "향후 더 많은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 현장을 지켜보면서 투석병원에선 환자를 이송할 여건이 되지 않아 스스로 자가격리 환자를 책임지는 등 의료진들이 대가없는 희생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자가격리 환자가 발생하면 진료가 모두 끝난 뒤 야간에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결국 원장과 수간호사가 밤 12시까지 남아 투석환자를 돌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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