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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능동적 지식습득이 첫걸음 <7>
자기주도 능동적 지식습득이 첫걸음 <7>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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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에서의 주체성 문제 - 모방에서 창조로

주체적 의학교육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짐짓 북한에서 내세우는 주체사상이 머리를 스친다. 아마도 주체라는 단어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북한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생각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편 주체사상을 내걸고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북한이 현재 이 지구상 가장 빈곤한 나라의 하나로서 전락되어 있고 탈북의사의 증언에 의하면 변변한 교과서 하나 없이 공부하였다는 비참한 사실과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의 병원에는 기본적 시설도 약도 없는 한심한 처지에 짐짓 주체적 의학이라 함은 고립 또는 낙후를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교육과정 유사불구 나라마다 특성 존재

그러나 한편 우리의 주변국이나 선진국의 예를 살펴보면 대개 교육과정은 거의 동일한 내용을 취급하지만 나라마다 의학교육의 특성이 있음을 부인하기도 힘들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부터 돌팔이의 처리와 모범적인 의학교의 설립을 위한 200년 이상의 노력과 임상의학의 탄생지에 걸맞게 나름대로의 의사양성제도도 특이한 것 같다. 여기서 특이하다 함은 월등한 수월성과 졸업생의 능력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모방하고 있는 제도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아울러 의학의 과학적인 면만큼이나 기예(art)적인 면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미국의 의학이 의학교육 개혁운동 이후 질병의 과학적 해석과 정량적인 사고에 중점을 두고 오늘날 과학 최고 강국에 이르고 있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 같은 전통적인 비영어권 유럽국가의 의학적 시선은 아직도 질적, 경험적 요소를 중시하고 있다. 질병의 과학적 해석과 적용이 가장 우수하고 세계 최고의 강국인 미국이 의료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은 점은 간과할 일은 아니다. 여하튼 프랑스는 자체적인 독특한 의사양성제도와 주체적인 의학교육에도 낙후와 고립은커녕 세계 최고의 의료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사실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아마도 오늘날 현 시점에서 가장 주체적인 의학교육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만하여도 중국의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의 조화가 뭔가 우리와는 달라 보이고 나름대로의 개성을 갖고 있는 것이 보인다. 동서의학에 대한 적절한 조화가 중국의 의학교육의 주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구소련과 동유럽의 의학을 보면 의과대학 체제는 성인을 위한 의과대학 과정, 소아를 위한 과정 그리고 우리의 예방의학 전문의쯤에 해당되는 위생사를 위한 세 가지 양성과정을 갖고 있었다. 물론 상당수 구소련의 제도는 이제 영어권의 제도로 변화되고 있다.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의학교육이 하나로 일원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은 점차 세계적으로 의학교육의 입학시점이 학사 후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호주, 영국 등 영연방으로 확산되어 의사양성의 이원화 된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우리만의 특성창출 변환적 시점 도래

우리나라도 이제 의학의 연구와 임상기술도 외형적으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제는 모방에서 창조로 우리의 특성을 부여하는 노력을 시도하여야 하는 변환적인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미래가 보이려면 과거를 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잠깐 오늘날이 있기까지 우리의 의학교육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의학교육의 효시는 암울하였던 식민지 시대에 형성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사립 의학교육은 개화와 선교의 양날을 가진 종교단체 특히,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헌에 힘입어 발전되어 왔으며 관주도 의학교육은 일제에 의하여 식민지 통치와 식민지 경영을 위한 군진의학의 육성 방편으로 세워졌다. 어쨌든 건학 이념이 다른 두 개의 커다란 축으로 형성된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은 독일식 의학교육을 받아들인 일본의 의학교육과정을 도입하였거나, 아니면 독일식 교육과 영국과 프랑스의 병원교육이 합쳐 태어난 북미 의학교육이 도입되었다.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하여 들어왔어도 결국 유럽, 특히 독일의학교육에 뿌리를 둔 형태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오늘날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전문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미국, 독일 모두 전문의와 속칭 일반의라고 불려지는 1차전문의사의 비율에서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특성은 결코 우연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일제의 의학교육은 당시에는 대단히 타당성 있어 보였던 2년의 예과 과정과 4년의 본과로서 구성된 6년제 의과대학교육 형태로서 지속되어 왔다. 현재 세계에는 약 1700개 이상의 의과대학이 존재 하나 실상 모두가 유사한 교육내용을 갖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내용의 교육이 각 나라마다 가미된 문화적, 역사적, 학문적 전통의 배경에 의해서 전개되는 양식은 다르기도 한 것이다.

 

#지식형성 과정의 자주 · 독자성이 요체

오늘날 교육에 있어서 창조적 학습이란 곧 자기 주도적 학습이요 자신의 지식을 스스로 형성하여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이 우리 스스로 지식을 형성하여 나가는 창조적인 특성을 보유하는가? 라는 질문에 아직 외부의 연구와 외부의 교육에 의한 수입 또는 모방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교육에 관한 국제화는 국가적 장벽을 뛰어 넘어 전 세계가 공유한다는 사실은 더욱 창조적 교육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군다나 정보화시대는 이런 현상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 그러나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나라마다 문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교육문화라는 단어 앞에 우리의 고유한 것, 혹은 특별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창조적인 교육이라는 것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특별한 것 또는 고유한 것이라는 것에 대한 강조는 자칫 창조적 교육에 대한 오해와 오류를 범할 위험이 대단히 크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창조적 의학교육은 뭐니 뭐니 해도 지식형성의 과정의 자주성과 독자성이다. 최근 늘어난 SCI 논문 숫자 덕에 우리의 의학이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아마도 모방이라고 보기보다는 기술 수입으로 보아야할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독자적인 기술이 엿보이기도 한다.

 

#수입지식 전파 수동적 학습형태 여전

수입에서 모방으로 그리고 연이은 창조적 변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선진국 의과대학 교육은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배움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이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만들고 형성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의 설계자인데 비하여 우리는 아직까지도 수입지식을 전파하는 선생위주의 수동적인 학습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교육상황은 계속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입의 연속성을 전제로 하는 교육인지 염려스럽다. 그러므로 창조적 의학교육이란 현재와 같은 수동적인 학습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으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의과대학에서 많은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의 개선이 논하여 지고 있으나 실제로 변화하는 것은 미비한 상태다. 우선 교육 내용면에 있어서도 부족분을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고 교육방법의 개선 또는 자기 지도적 지식의 습득을 위한 노력은 취약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은 자명하다. 이제 모방에서 창조로 나아가는 것은 의사가 되기 위한 어린 새싹부터 지식의 습득이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형태로 전환을 시키고 이러한 자기 주도적 학습이 주된 형태일 때 우리 나름대로 갖는 고유한 주체적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창조성을 띠게 될 것이다.


 

 

 안덕선 <고려의대 의학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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