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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고령층 접종 여부 판단···의사에 책임 전가?
의사가 고령층 접종 여부 판단···의사에 책임 전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2.11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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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목소리 높아져···“어차피 책임 주체는 정부”라는 의견도
고령층 다수 참가한 3상 결과, 실제 접종 시작된 영국, 인도 실제 효과 등 관심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고령층을 포함한 전 연령대의 성인에게 허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는 지난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최종점검위원회를 진행한 결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한국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백신주’의 품목허가를 결정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앞서 이 백신을 도입한 국가들 중 상당수는 고령층에 대한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령층의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실상 모든 연령층의 성인에 대해 접종을 허용했다.

특히 식약처가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접종을 승인하는 대신 “신중히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는 단서를 달며 이에 대해 “의사가 고령층의 상태에 따라 접종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정부가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이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의 책임 소재를 의료진에 전가하려 하는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의사들은 벌써부터 고령층의 환자들에게 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의사 A씨는 “접종 여부를 의사가 최종 판단하라는 것은 정부의 채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면서 “의사 개개인이 관련 논문을 읽어보고 결론을 내기라도 하라는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의사 B씨는 “결국 의사가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책임지라는 것인데, 과연 어떤 의사가 그럴까”라며 “정부가 백신을 강제접종하라고 하면서 주사는 의사의 판단이라고 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있나. 65세 이상 환자들은 보건복지부의 확인서라도 받고 접종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가 아무리 “의사가 접종 여부를 판단하라”고 권고했다고 해도 어차피 정부가 승인한 백신 접종의 판단과 책임의 주체는 다름 아닌 정부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의사 C씨는 “식약처의 권고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의사 결정에 따르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접종대상을 정부가 정하고, 부작용에 대한 책임도 정부가 일체 보상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사실 의사와 상의하라는 것은 대부분의 의약품 허가사항에 나오는 관습적인 표현일 뿐이다. 정부가 ‘의사의 판단’이라는 표현을 써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점은 아쉽지만 의사라고 해도 최신 의학 지식을 모두 습득하기 어렵고, 백신 접종에 따른 책임은 어차피 정부 몫이기 때문에 현장의 의사들이 접종에 따른 책임 문제를 크게 우려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 순위에 요양시설에 입소한 고령층을 포함시키는 등 접종 대상과 순서를 조율해 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권고한 대로 향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접종 계획을 논의하며 65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의 효과도 무조건 불신하기보다는 좀 더 기대해 볼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백신의 고령층에 대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확실히 최종 결론이 난 게 아니고 지금까지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고령층의 참여가 극히 적은 이유로 그 효과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특별한 부작용이 나오지 않아 안전성은 충분히 입증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백신보다 효과는 떨어져도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극저온이 아닌 일반적인 냉장온도에서도 보관이 가능해 운반이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주도로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임상시험에는 65세 이상 고령층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다음 달 말 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임상시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밖에 이 백신의 접종이 실제로 시작된 영국이나 인도 등에서 임상시험보다 뛰어난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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