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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긴 어려운데 보상은 적고··· 현 거리두기 지침은 '단체기합' 방식
지키긴 어려운데 보상은 적고··· 현 거리두기 지침은 '단체기합' 방식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1.02.02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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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전문가 초청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위한 공개토론회' 개최
1000명당 확진 1.1명인데, 거리두기 강도는 스웨덴(42.3명)과 비슷
관련 기관과 사전협의도 없어··· 정부 "대응 경험 쌓인만큼 개선 필요"


권순만 교수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있다는 실증적 근거 없어"
김윤 교수, "현재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는 단체 기합 방식의 조치"

정부의 대표적인 코로나19 방역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근거에 기반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방역조치 명령을 성실히 이행한 시설에 대해선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일 오전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방역 전문가 및 경제 전문가 등과 함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 주제 발표를 하며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며 “거리두기 단계에 방역조치가 매몰된 것이 안타깝다. 거리두기 단계 속에 어떤 구성요소들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의 방역 조치의 문제는 정책 결정의 근거가 부족하고 참여도는 더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의사결정에 있어 전문가만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궁극적으로 (정책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현재 우리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강도'가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정부의 실정을 일반 국민들이 메꿔주는 식의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가가 제대로 관리해야 할 시설들에서 방역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확진자 수 증가를 선량한 국민들이 더욱 강화된 규제 속에서 사는 식으로 메꿔주고 있다”며 “소수의 시설에서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열심히 방역지침을 따른 (나머지) 다수 시설의 문을 닫게 하는건 ‘단체 기합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에 따른 나라별 점수표(강도가 높을수록 점수가 높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확진자 수가 1.1명 임에도 불구하고 47점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확진자 수가 높은 일본(33점), 노르웨이(41점) 등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이며, 인구 1000명당 42.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스웨덴과 같은 수치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우리나라의 재정지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외국은 (가게가) 문 닫으면 정부가 보상해주니까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최근 기재부 장관이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정부 명령으로 문닫은 자영업자 주머니는 화수분이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 이후에 이어진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해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이 있지만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초기에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조금씩 낮춰가는 것이 국민 피로감도 덜 느끼고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토론회에 참석 전 사회복지시설과 서비스 관련 주요 기관 몇 군데에 전화했는데 단 한 곳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정상적인 협의과정을 거친적이 없었다고 말했다”며 “정부의 방역조치가 감염확산 차단에 집중되고, 국민의 기본권이 경시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측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정하며 이번에 이뤄질 3번째 거리두기 개편 작업에 사회적 논의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처음엔 (코로나19가) 낯설고 새로운 상황이어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에 급급했지만, 이제 경험과 데이터도 쌓였기 때문에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대응할 것”이라며 “근거 중심으로 위험도가 떨어지는 시설은 (집합금지를) 해제시키고 위험도가 증가하는 시설은 강화하는 등의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 등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대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영업제한처럼 영세 자영업자에 피해가 집중되는 방식보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 개개인의 피해를 넓히더라도 시설 영업권을 보장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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