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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더 주목받는 ‘제약주권' 확립에 역량 결집할 것”
“팬데믹으로 더 주목받는 ‘제약주권' 확립에 역량 결집할 것”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1.27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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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목 제약협회장, 신년 기자간담회서 보건안보 등 4대 과제 제시
3대 산업 도약 위해 민관협력 절실,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제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치가 높아진 ‘제약주권’을 확립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미래 3대 주력산업 중 하나인 제약산업을 본격적으로 성장시키는 요체가 될 것이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사진>은 27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제약주권’을 확립하는 동시에 국내 업체의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날 원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회 안전망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면서 “국가적 위기 상황을 종식시킬 해결책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에 부여된 ‘제약주권 실현과 글로벌 성공시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2021년에 달성하기 위해 보건안보 강화와 블록버스터 창출, 글로벌 진출 가속화, 산업 환경 혁신 등 4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우선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조속한 개발 등 가시적 성과 도출을 촉진하고, 국산 원료의약품 자급률 증대 등 안정공급 시스템을 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완제의약품은 70% 이상의 자급률을 갖고 있는 반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역대 최저(16%)인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팬데믹으로 인한 셧다운 기간이 길어졌다면 다른 국가들처럼 의약품 공급에 난항을 겪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2000여 원료 성분 중 국산화가 시급한 성분 200여 개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5년 뒤 자급률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도록 집중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원 회장은 다만 “국내 자급률을 끌어올리면 인도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것보다 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대한 품질을 끌어올리고, 국내생산원료에 대한 가격보전도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록버스터 신약이 국내에서 탄생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겠다고도 했다. 연구개발의 선택과 집중,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 확장, 글로벌 블록버스터 창출을 기반으로 글로벌 성공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최근 국내에서 31번째로 탄생한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를 대표적 성공 사례이자 기대주로 지목하기도 했다.

보건산업 육성에 있어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 타워도 조속히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당국의 역할이 규제에 치우쳐 있는 면이 있지만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정책과 육성정책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합리적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장기 육성전략을 수립하고 기초연구부터 임상시험 완수까지 전주기적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총괄 부처인 보건복지부 내 산업정책 조직의 강화 및 역할 확대 필요성도 주장했다. 

원희목 회장은 “외국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에 대해서도 천문학적 지원을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의 백신 개발에 조 단위 지원을 한 반면, 우리나라는 감염병 예산 4400억 원 중 2600억 원을 투자받는 데 그쳤다”며 “정부에 조금 더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R&D 투자 확대와 전략적 제휴 활발화를 위해 규제 선진화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의 ‘빅 파마’들도 바이오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제4세계 파이프라인을 적극 발굴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 제약업계도 지금까지의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풍토에서 벗어나 인수합병이나 오픈이노베이션, 기업 간 협력, 정부와 협력 등을 적극 활성화해 제약산업이 사회안전망이자 미래 국가경제를 주도해 나갈 성장동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원희목 회장과 기자들 간 주요 질의응답.

Q. 제약주권이 왜 그리 중요하나?

“펜데믹 상황에서 미국에서도 필수의약품 사재기가 일어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제네릭(복제약)이 70% 이상의 자급률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도 중요하지만 필수의약품은 자급 상태로 만드는 게 제약주권의 기본인데 자급률을 그만큼 충족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20%도 되지 않는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더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도 펜데믹으로 인한 셧다운 기간이 길어졌으면 원료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을 것이다.”

Q. 우리나라 제약산업 육성의 걸림돌은?

"일단 규모가 너무 작다. 1조 매출이 넘는 회사가 6-7개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천문학적 투자나 임상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 어느 나라든 제약 산업에는 몇 조 원씩 정부투자가 이루어지는데 제약주권이라는 안보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 보건산업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우선 정부투자가 적재적소에 일어나는지부터 총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Q. 펜데믹 종료 이후 손실을 보상해 달라는 회원사들의 요구가 있나?

"사실 지난 신종플루 사태 때도 국내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성공했지만 사태 종식 이후 손실이 발생하고 말았다. 정부와 협회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독려할 때도 회원사들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리 열심히 필수 의약품을 만들어도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문제를 현 정부에도 전달했고 정부도 그렇게 발생한 손실은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우선 생명을 위한 의약품으로 인한 손실보장은 확실히 하기로 했다."

Q. 우리나라는 비슷한 제네릭을 만드는 회사들이 수십 개나 난립하고 있다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문제 때문에 협회는 절충안으로 공동생동성시험을 원제조사를 포함해 최대 4개 회사만 참여하도록 하는 ‘1+3’ 방식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했다. 이 문제에 대해 회원사 간 많은 이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기존의 방식으로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생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약산업의 판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지금 시기에 각 제약기업들이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오픈이노베이션도 적극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Q.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국내 기업들도 엄청 많지만 실제로 그런 역량도 없으면서 주가부양을 위해 뛰어든다는 비판이 많다.

"사실 코로나19나 제약산업이 아니더라도 기업 공시나 PR, IR 등을 통해 자사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은 세계 어느 산업 분야에서나 일어난다. 아무리 그래도 지나친 회사홍보나 자료유출은 허용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그런 예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그런 식의 홍보를 하는 회사들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이걸 협회에서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제약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대변하듯이 성공 확률이 매우 희박해 총 1만 개의 후보물질 중 단 1개만이 성공할 수 있는 0.01% 확률 게임이지만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 유독 주가문제가 제약산업에서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여론과 투자자들의 여론이 이쪽으로 쏠려 시장이 과민반응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보다 냉정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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