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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코로나 백신, 강제로 맞으라면 어떡하시겠습니까
‘게임체인저’ 코로나 백신, 강제로 맞으라면 어떡하시겠습니까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1.27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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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의원 발의한 백신접종 강제화하는 법안 두고 논란 가열
의료계, 임상서 효과·안전성 입증돼도 부작용 가능성 배제 못해
개발사들도 면책권 요구···개인자유 억압하는 ‘과잉입법’ 지적도

최근 전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제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는 접종은 물론 사용 승인도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이례적으로 개발기간이 짧았던 까닭에 안전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개인적인 이유로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 국민에게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과잉입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최근 모든 국민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무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퇴치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지난 19일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또 누구든지 코로나19 백신을 훼손하거나 배분·운송·보관·접종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백신과 관련한 업무종사자의 정당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없도록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홍준표 의원(사진=뉴스1)
홍준표 의원(사진=뉴스1)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백신이 코로나19 종식으로 가는 '게임 체인저'가 되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미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방식의 백신은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가 나타나 효과성이 입증됐고 안전성 검사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상용화되어 임상시험 참가자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이 이루어졌을 때는 또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은 사실상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접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에라도 백신 접종으로 인해 부작용이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백신은 9~10개월 만에 개발이 이뤄졌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이 때문에 최소 1년 이상 부작용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한 한계로 지적된다. 만약 부작용이 1%만 발생해도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50만 명이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백신 개발사들도 접종에 앞서 부작용에 따른 면책권을 요구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아무런 대비책 없이 전 국민의 백신 접종을 강제화하는 법안을 현 시점에 발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 A씨는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코로나19 백신이 1년도 되지 않아 개발된 것은 분명 놀라운 성과”라면서도 “그래도 의약품이라는 것은 늘 부작용 발생 위험이 상존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접종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의 전문의 B씨는 “해외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부작용 소식들이 조금씩 들리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설문조사에서 접종을 원하지 않거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이후에나 맞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전 국민 백신 접종을 강제했다가 만약에라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져 나오면 어떻게 대처하려고 이런 법안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예방의학 전문의로서 사법시험에도 통과해 변호사 자격이 있는 한 의과대학의 C교수는 해당 법안에 대해 “전 국민을 협박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자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상 국민 모두에게 근로의무가 부과되어도 근로를 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없듯이, 백신 접종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한다고 해서 이를 거부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며 “이런 규정을 법률에서 ‘선언적 규정’이라고 하는데, 제가 발의한 특별법안 중 백신 접종 의무에 대해 일부의 법체계를 모르는 분들이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래 처벌 규정이 없는 헌법과 법률을 같은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법률의 선언적 규정은 극히 일반적인 윤리적 의무를 선언하는 것인데, 백신 접종 의무를 일반적인 윤리적 의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법률에선 선언적 조항을 되도록 피해야 하는데, (홍 의원이) 굳이 그렇게 오해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고 (비판이 이어지자 오히려 지금도) 잘 했다고 하는 게 참으로 유감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헌법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만 명시하기 위해 ‘선언적 조항’을 쓰고 하위 법령인 법률에서는 이를 극히 제한적으로 쓰는데, 홍 의원은 백신 접종에 대해 윤리적 의무를 부여해 법률에서도 이를 ‘선언적 조항’이라고 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의료계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앞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에 충분히 대비하고 접종자의 선택권 역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는 지난 14일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권고안’에서 세부건의사항으로 백신 접종 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 등에 대비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면책권을 보장하며 보상방안도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백신 대상자의 접종 거부 및 접종 선택권 문제도 제시했다. 의협은 이 권고안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무총리실 등 관련 정부부처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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