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진료비 공개 의무화 후폭풍···의료계 반대서명 1주일새 '1만명'
비급여진료비 공개 의무화 후폭풍···의료계 반대서명 1주일새 '1만명'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1.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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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에도 공개·구두설명 의무화, 복지부 18일까지 행정예고
복지부 홈피, 찬성 1건 VS 반대 600여건···"의료 질 저하될 것"

정부가 이 달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에까지 '비급여 진료비 공개와 구두 설명 의무'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의료계는 사실상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정보공개와 설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고시로 정해 강제하는 것은 진료의 자율성을 해치는 탁상공론식 규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반대서명에 불과 일주일 만에 1만명에 가까운 의사들이 참여하는 등 반대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오는 18일까지다. 

개정안은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기 전에 비급여 제공 항목과 가격에 대해 미리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전 설명을 통해 환자가 진료의 필요성과 비용 등을 고려해 해당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은 병원급은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도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 항목 615개에 대해 설명하도록 했다. 환자가 원하는 경우 공개대상 항목 이외의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알려진 직후부터 의료계는 실효성이 없는 탁상공론식 규제라며 개정 철회를 요청했다. 정부의 강행 방침이 알려지자 최근 개원가를 중심으로 의료계의 반발이 급속히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형외과 원장 A씨는 개정안에 대해 "의료를 국가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해관계가 형성되는 진료 부분까지 정부가 개입해 강제적으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과의사인 B씨도 "급여든 비급여든 환자에게 치료나 비용에 대한 설명은 지금도 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부분"이라며 "고시로 규정해 강제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히려 의사와 환자의 관계만 불편해질 것"이라며 "자칫 진료기능의 침해는 물론, 환자 불편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이 정부의 행정예고 직후인 지난달 31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보건복지부의 강압적인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및 구두 설명 의무 강제 반대 서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7일 오전 기준으로 9818명이 참여했다. 의협은 최소 1만건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대 서명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복지부에 의료계의 반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복지부 홈페이지에도 행정예고에 대한 반대 의견이 폭주하고 있다. 의견 수렴을 위한 '복지부 행정예고 전자공청회'에는 8일 오후 2시 기준 개정안에 대한 찬성 의견은 1건에 불과한 반면, 639명이 반대 의견을 내놨다. 행정예고에 대해 의견을 남기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반대 의견 다수는 이번 조치가 결국 가격경쟁을 부추겨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의료의 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 홈페이지에 반대의견을 남긴 아이디 'clo****'는 “의료의 질이나 실력은 무시하고 가격으로만 경쟁시키면 박리다매로 과잉 진료하는 기업형 병원은 내버려두고 양심껏 진료해 온 다수의 소규모 병원만 잡겠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수집된 비급여 진료비는 결국 사보험에 전달돼 실손 보험을 갱신할 때 결정적인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이**'는 “의료는 최저가 경쟁이 아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비보험 수가를 공개 한다면, 같은 명분으로 보험 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 또한 '국민의 알권리' 로 알리고, 이게 안된다면 보험 수가를 원가 이상으로 올려 달라”고 촉구했다. 

아이디 '홍***'도 "인터넷 쇼핑처럼 가격을 공개해 경쟁을 시켜 의료수가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의료행위는 동일한 유형의 치료라도 시술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며 "불법적인 사무장병원이나 불법진료를 하는 병원에게 환자가 더 몰리고 양심적으로 노력하는 병원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의료행위는 공산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방향이 정해진 이상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내과의사 C씨는 “의협에서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있지만, 의료계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부가 의료계 입장을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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