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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술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요? 절대 안 됩니다!”
“임신 중 술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요? 절대 안 됩니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1.08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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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주 이대의대 산부인과 교수
이대목동병원에 아시아 최초 개소한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장 맡아
매년 전 세계 신생아 63만 명서 신체기형 등 발생···“임신 가능하면 술 끊어야”

“임신 중 흡연은 위험해도 음주는 어느 정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로 인한 태아 기형 치료를 이끌 것입니다.”

이대목동병원이 최근 아시아 최초로 개소한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 김영주 소장<사진, 이화여자의대 산부인과 교수>은 7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이하 FAS)은 임신부가 임신 중 음주를 해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발생하는 선천성 증후군을 말한다. 연구소는 임산부의 음주, 흡연, 약물 중독의 유해성을 알리고 우리나라 여성과 아동의 건강한 삶과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임신 중 '흡연'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음주'는 어느 정도 괜찮은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임신한 여성이 알코올을 섭취하면 태아의 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 바로 영향을 미쳐서 아기에게 다양한 안면기형, 정신지체, 중추신경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김영주 소장은 “아기는 아이큐가 정상적인 아기의 60~70% 수준밖에 안 된다. 얼굴도 유달리 이마가 좁고 눈꺼풀 틈새도 짧으며 코도 낮다. 양미간도 넓고 얼굴 중앙부도 평평하며 얇은 윗입술과 불분명한 인중 등 한눈에 보기에도 특이한 모습으로 태어나며,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기형이 올 수도 있다”며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에 대해 말했다. 또 “임신부들의 간 기능도 저하되는 등 임신부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미국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63만 명 신생아에게서 태아 알코올 증후군이 발생하고 있다. 또 임신 중 음주를 한 여성 13명 중 1명은 태아알코올증후군을 가진 자녀를 출산하고, 태아알코올증후군 환자의 평균 사망 나이는 34세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김영주 소장은 “국내 20세 ~ 29세의 가임기 여성 중 음주 시 소주 10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이 3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고위험 음주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소주 5잔 이상을 마시는 것을 정의하지만, 술이라는 게 사람마다 민감도가 다른 만큼 사람에 따라 그 이하의 음주량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임신 초기의 음주는 태아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데, 임신 3개월까지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여성 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중독) 환자는 2018년 1만7천여 명으로 연평균 1.6%p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가 증가하면서 태아알코올증후군에 걸릴 위험도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질환에 대한 국내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정확한 질병 진단이나 예방, 치료 분야도 미비하다.

이대목동병원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 개소식에 맞춰 연구소에서는 앤 스트라이스구스(Ann Streissguth) 박사가 1997년 발간한 연구서적 ‘태아알코올증후군: 가정과 지역 사회를 위한 가이드’를 번역 출판하기도 했다. 앤 스트라이스 구스 박사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 분야 교수로서 1970년대 태아알코올증후군 병명을 처음 만들고 연구를 시작한 연구자다. 

현재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에는 연구교수, 포닥, 학생 등 연구원 5명이 배치돼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에서도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김 소장은 “연구소는 현재 임신 중 음주와 흡연을 예방하고 교육하며 아기가 태어나면 소아청소년과와도 연계해 팔로우업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며 “개소한 지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알리고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동물실험을 비롯해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증명하는 연구를 많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소장은 “임신이 가능한 분들은 술이 문제가 된다는 것에 분명한 인식을 갖고 아기를 위해 당장 술을 끊어야 한다”며 “현재 가뜩이나 출산율이 떨어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임신부들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연구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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