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했다고 반드시 사무장병원은 아냐"
법원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했다고 반드시 사무장병원은 아냐"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1.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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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의료재단 설립, 요양병원 7곳 운영한 최모씨 의료법 위반 등 기소
法, 편법운영 의심하면서도 "의료법인도 의료기관 개설 가능" 무죄 선고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의 개설·운영을 주도했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병원을 개설해 주무관청의 관리·감독 하에 의료기관을 운영해왔다면 '사무장병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재판장 최진곤 부장판사)는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의료재단 이사장 최모씨 등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애초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 조합 명의로 요양병원을 운영해오다 지난 2008년 10월 A의료재단을 설립한 뒤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재단 산하에 요양병원 5곳을 개설·운영했다. 

최씨는 또 요양병원을 분산해 운영하기 위해 2010년 1월엔 B의료재단을 설립해 산하에 요양병원 2곳을 개설·운영하기도 했다. B의료재단의 경우 최씨 배우자가 1대 이사장을 지냈고, 최씨 딸이 2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최씨가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A의료재단 설립은 발기인 회의가 실제 이뤄지지 않은 채 최씨 주도 하에 설립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만 꾸민 것이고, B의료재단 역시 최씨 주도 하에 서류만 꾸민 것이라며 최씨와 배우자, 딸, A·B 의료재단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데도, 이들이 외관상 의료법인을 설립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는 이유다. 

최씨 등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면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데, 이를 청구해 총 2500억원 상당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최씨 등이 실체가 없는 의료재단의 외관만을 이용해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최씨 등에 대한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며 "의료법인 임원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하거나, 의료법인 임원 중 반드시 의료인을 포함해야 하고, 그 의료인인 임원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임원으로 취임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했더라도 의료법인이 근거법령에 의해 설립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다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했다고 평가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인이 외형상으로만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비의료인의 개인사업에 불과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격에 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이상, 이를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각 요양병원은 진료 영역과 행정 영역이 구분돼 운영될 뿐만 아니라 (최씨 등이) 의료인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하지 않고, 인력의 충원·관리·의료업의 시행·진료행위 등에 깊게 관여하거나 이를 실질적으로 장악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의료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부에 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해 편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씨 등이 의료재단의 법인격을 내세워 의료재단이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그 운영 수익금을 배당받는 형태의 영업을 한 것으로 평가할 의심의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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