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는 ‘희망’을 찾아야 한다
새해, 우리는 ‘희망’을 찾아야 한다
  • 의사신문
  • 승인 2021.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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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전 서울시의사회장(33대)

성탄절이 지나면 새해가 온다. 축복과 희망의 시기가 연말과 연시이다. 달력도 바꾸고 예전 같으면 수첩도 바꾼다. 가족이 모이고 친인척을 찾기도 하고 안부도 전한다. 연말 보너스를 받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행인들을 식당과 점포 주인들은 함박웃음으로 맞이한다. 과거이다. 

2020년 초부터 이어진 2021년 새해도 우울하고 불안하다. 의료계는 어떤가. 지난 1년, 병의원은 진료의 최전선에서 코로나19 환자의 방문, 격리, 내원 환자 수 감소로 감염의 위험은 물론 운영의 위기까지 겪고 있다. 안정적인 전문직이고 가진 자라고 매도하니 하소연도 어렵다. 

부동산 등 정책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위기에 편승하여 국회의원 의석수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이들은 정부와 함께 공공의과대학 신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들고 나와 감염병과 싸우는 의료계를 흔들어 놓았다. 

의약분업 투쟁 이후 의과대학생, 전공의들까지 합세한 대규모의 파업과 투쟁이 시작되었다. 의대생들은 사상 초유의 의사국시 거부사태까지 불사했다. 그러나 투쟁과 협상의 중심에 있어야 했던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판단 미숙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생과 전체 회원들은 물론 투쟁력의 중심이 되었던 젊은 의사들의 신뢰를 잃었다. 의사단체와 선배들이 뭔가 해줄 것이라는 희망이 절망으로 변했고 각자 살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희망을 찾아야 하겠지. 아니 찾아야 한다. 새해 아닌가. 

대한민국이 코로나19로 완전히 멈춰지지 않는다면 새해 초에는 의사단체장 선거가 있을 것이다. 의사 회원들은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어도 될까? 우리를 대표해서 무소불위의 정부를 상대로 지혜와 협상력을 갖고 싸워 줄 용감하고 정의감 투철하고 희생적인 회장 후보를 찾아야 한다. 

정글에서도 살아남을 것 같은, 단상에 이마를 찧으며 회원들을 위해 목숨도 버릴 것 같았던 의협회장이 손을 들어 버렸다. 이해할 수 있다. 회원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나름대로 찾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짓누르는 왕관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재난과 절망은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이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있었고 그 후 지구가 생겼다. 38억 년 전 최초의 생명이 등장했고, 4만 년 전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유일 인종이 되었다. 7천 년 전 문명이 발생하고 2020년 전 예수그리스도가 탄생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새해를 맞이하고 2021년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100세를 살아온 장수 노인이 일생을 회상한다면 2020년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일도 아니다. 재난의 축에도 안 든다.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욕망과 쾌락이 잠깐 멈추어진 것이다. 잠깐 홀로 명상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라고 주어진 기회임이 틀림없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유전자 정보가 공개되고 모더나와 바이오엔택 모두 5개월 만에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임상실험을 거쳐 발생 260여일 안에 접종이 가능하게 했다. 역사상 가장 빠른 백신 개발이라고 한다. 바이오메디칼 분야의 눈부신 발전이 인류의 질병을 완전히 극복할 날이 분명 오리라 생각한다. 희망은 이렇게 우리 앞에 놓여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백신구매 시기를 놓쳤다. 과학보다 정치를 우선하고 국민의 자유를 박탈한 K 방역의 자신감에 전문가들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부작용 운운하고 핑계를 대기보다는 백신 확보를 먼저하고 접종시기를 저울질 했다면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이 되었을 것이다. 국민들도 의사협회에 실망한 의사회원들처럼 철저하게 스스로를 지키며 각자 살길을 도모해야 한다. 

의료계로 돌아가 보자. 3개월 후면 의사단체의 수장들이 결정된다.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의 선거권자는 5만여 명이 예상된다고 한다. 2018년과 2019년도 의사협회비를 납부한 회원이 유권자이다. 누구를 의협의 대표로 선출해야 할까. 누가 우리 의사회원들의 얼굴이 되고 자존심이 되고 우리의 권익을 지켜줄까. 우리를 다시 단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뭉치게 할 수 있는 회장을 원한다. 

사람을 검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의 과거 행적을 보는 것이다. 그가 어떤 단체를 지휘했었고 그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했고, 그로 인해 회원들의 화합이 가능한지를 보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장이 되기 전에 단체라는 제도 안에서 조직 관리는 물론 충분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자. 그를 도와줄 참모진은 유능하고 헌신적인지도 중요하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과 혼란을 틈타서 바람과 함께 나타난 선동가들이 의협회장이 되었을 때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이켜보자. 대한의사협회가 자신의 정치적 경력을 쌓으려는 예행연습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회장후보가 누군지 살펴보고 의사단체에 관심을 갖고 투표하자. 누가 회장이 되건 관심 없다면 선거꾼들의 바람에 휩쓸리지 말고 차라리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 

2021년 우리 의료계는 코로나 퇴치와 함께 의사단체 개혁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가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 바이러스가 지속적인 변종을 만들어 내도 철저한 방역과 백신으로 버텨야 한다. 우리는 4만 년을 살아온 인류의 자손이다. 

2021년에 코로나가 잠잠해진다 해도 의료계는 다시 정부의 왜곡된 의료정책과 싸워야 한다. 1908년 일제 강점기에 의사연구회를 시작으로 대한의사협회가 설립되고 113년이 되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의사단체의 위상은 물론 회원의 권익과 자존심을 지켜주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113년의 역사는 자존감을 지키려는 의사들의 투쟁의 역사이다. 우리가 지혜롭게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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