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SS와 별풍선
SLSS와 별풍선
  • 전성훈
  • 승인 2020.12.2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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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105)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SLSS’가 무엇인지 아시는가? 아마 대부분이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하면 어떤가? ‘아, 그거!’라고 할 사람들이 꽤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 같다.


  ‘좀 찾아봐야 겠다’라고 생각하면 할아버지는 책을 펴보고, 아버지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아들은 유튜브를 검색한다. 이렇게 정보의 대세는 오프라인 텍스트에서 온라인 텍스트로, 온라인 텍스트에서 온라인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온라인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를 열었고, 유튜브는 온라인 영상을 보편화하여 SNS 2.0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셜 네트워크를 위해 온라인 영상 중에서도 (촬영되어 고정된 영상이 아닌) 실시간 라이브(live streaming) 영상을 활용하는 SLSS 시대, 즉 SNS 3.0 시대이다.


  이제 우리는 SNS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예전과 같이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만 있는, 즉 1대1이거나 일방향인 소통만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마치 딱딱한 빵을 물도 없이 씹는 느낌이 아닌가. 게다가 SNS는 인간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는데, SNS 이전에는 인간관계가 온라인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형성된 인간관계가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온라인에서 형성된 인간관계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게다가 당사자는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


  올해 여름, 11세인 초등학교 여학생 A가 인터넷방송을 제공하는 SLSS를 이용하면서 인터넷방송 진행자(흔히 BJ라고 한다) 35명에게 큰 액수의 후원금을 송금해 준 사건이 있었다. ‘11세 초등학생이 뭐 얼마나 송금했으려고?’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1억 3,000만 원이다. 그것도 10일만에.


  첫째로 액수가 놀랍고, 둘째로 은행계좌도 못 만드는 나이에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셋째로 왜 그랬는지 궁금할 것이다. 먼저 이 SLSS는 14세 이상 인증 가입자라면 특별한 제약 없이 가입과 방송 시청이 가능했기에, A는 엄마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15세’로 위 SLSS에 가입했다. A의 엄마는 장애가 있어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없었다. A는 엄마의 휴대전화가 잠겨있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유튜브 영상 검색을 통해’ 휴대전화 결제 앱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방법을 알아낸 후, 이를 결제한 것이다.


  그리고 A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어느 인터넷방송이든지 BJ를 금전적으로 후원하는 시청자들을 공개적으로 ‘으쓱하게’ 만들어 주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시청자들이 돈을 내고, 그래야 BJ들이 먹고 살고, 그래야 후원금의 30~4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SLSS 제공사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BJ에 대한 후원자 중 상위권을 ‘열혈팬’과 같은 호칭으로 우대해 주고, 그 중 가장 많이 후원하는 사람은 ‘회장님’과 같은 호칭으로 띄워준다. 태어날 때부터 SNS와 함께 했던 진정한 SNS 세대인 A에게는,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 인간관계가 그만큼 큰 의미였다. A에게는 ‘회장님’이라는 호칭이 ‘절대반지’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A가 결제한 1억 3,000만 원은 A의 가족이 이사가기 위해 모아놓은 전세금이었다. 이 사건을 알게 되자 A의 아빠는 SLSS 제공사와 은행 등을 상대로 환불을 요청했지만, SLSS 제공사는 ‘자사 정책상 환불 책임이 없다’거나, ‘해당 BJ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환불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A의 아빠는 후원금을 받은 BJ들을 일일이 접촉하여 사정을 설명했고, 어렵게 환불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가장 많은 후원금인 4,600만 원을 받은 BJ는 환불을 거부했지만, 뒤늦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SLSS 제공사가 영수증 처리를 취소하여 주었고, 이로써 A의 가족은 후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런 아름다운 결말과는 달리, 필자가 담당했던 사건은 슬픈 결말이었다. 수년 전 필자는 인터넷방송에서 BJ들에게 별풍선을 선물한 사람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의 기본 구조는 위 사건과 비슷한데, 몇 가지 점에서 달랐다. 다른 점은 첫째 사고를 친 사람이 철모르는 11세 여자아이가 아니라 30대 성인남성 B라는 점, 둘째 B가 BJ들에게 선물할 별풍선을 구입하는데 치른 돈이 8억 원이 넘는다는 점, 셋째 이 돈은 B의 돈도 아니고. B와 C가 결혼할 때 장인이 딸인 C에게 사업에 쓰라고 준 돈이라는 점이다. 처음 상담할 때 C가 법인으로 찾아왔는데, 맡길 곳이 없어 데려온 돌도 안 된 둘째 아이를 등에 업은 채 변호사들과 상담하던 C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후원금을 지급한 주체가 A와 같이 미성년자라면 법적으로 후원금의 반환을 구할 방법이 있지만(그래서 A의 가족에게 BJ들이 선뜻 반환한 것으로 보인다), 성인인 경우 반환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잘 알기에 SLSS 제공사도 처음부터 일관하여 반환 요청을 거부했다. 돈의 액수도, 출처도, 용처도 너무나 딱했기에 최선을 다했지만, 최종적으로 돈을 돌려받는지는 못했다. 나중에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실질적 피해자인 아내 C는 B와 이혼했다고 한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경험상 오프라인 인간관계에서 충분한 관심과 존중과 사랑을 받는 사람들은 온라인 인간관계에 경도되지 않고, 접촉한다 하더라도 그 부작용에 좀 더 ‘면역’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것도 ‘구세대’에 한정된 추정이고 ‘SNS 세대’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의사파업과 코비드19라는 큰일을 치렀거나 치르고 있는 의사들에게 올해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회포를 풀 송년회가 더없이 필요한 해일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송년회 없는 송년을 맞고 있는 요즘, 올해 국민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의사들이 줌(zoom)과 같은 SLSS를 통하여라도 많은 송년회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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