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양심과 신념에 따라 낙태 거부할 수 있어야”
“의사도 양심과 신념에 따라 낙태 거부할 수 있어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12.1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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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여가위·산자위 소속)
별다른 사유없이도 낙태시술 거부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안 발의
여성 문제 관심 많아, "여성의 자기 결정권·건강권 반드시 확보돼야"
"산부인과·서울시醫 통해 고충청취···의사의 결정 존중돼야 민주사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오는 12월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개정 입법시한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작 법을 개정해야 할 당사자인 국회는 여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 연말까지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낙태죄 처벌규정은 효력을 잃게 된다. 자연히 낙태 당사자인 여성은 더이상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문제는 낙태를 시술하는 의료인이다.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은 면하게 되지만 낙태가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돼 여전히 행정처분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혼란에 빠졌다. 환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관심의 초점은 당사자인 '여성'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의사들이 처한 이같은 딜레마에 대해 무관심한 실정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한 국회의원이 의사의 낙태 거부권을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더구나 당사자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도 아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지난 9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요청받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인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별다른 사유가 없더라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장관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을 조사해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인의 신념을 배려하면서 동시에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에 지장이 없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토록 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의사뿐 아니라 의료기관 역시 낙태로 인한 책임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양금희 의원은 의사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건강권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며 "동시에 생명에 대한 의사의 신념과 결정도 준중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의사의 결정이 존중돼야 좋은 민주사회"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기까지 물밑에서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을 요청한 의료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직접 당사자인 산부인과 의사들은 현장의 문제점을 알렸고, 최근 양 의원을 만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의료법’에 의사들의 낙태 거부권 허용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성’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을 뿐 아니라 낙태 문제에 대해 다양한 단체를 만나면서 의사들이 현행 제도 하에서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들과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들을 만나 의료인들이 처한 고충을 들으면서 의사의 기본권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의사도 본인의 양심에 따라 진료를 하는 것이 합당하고 합리적이라는 데 공감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사가 낙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도 명시되어이 있다. 양 의원은 “복지부 개정안은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야 실효성이 있는데, 지금 국회 상황이라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의료인은 모자보건법보다 의료법의 적용을 많이 받는 만큼, 의료인들을 위해 ‘의료법’에 명시해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번 법안은 보건복지위원들과도 상의해 공동발의한 만큼, 보건복지위원들도 낙태죄와 관련해 의료인이 처한 부당한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해당 법안이 무난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의원은 "낙태는 태아의 생명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신념에 따라 그 입장이 다를 수 있고, 그 입장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사정이 없더라도 의료인도 신념에 따라 이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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