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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가능한 질환 에이즈, 빠른 진단이 빠른 치료로 이어진다
치료 가능한 질환 에이즈, 빠른 진단이 빠른 치료로 이어진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2.09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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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에이즈학회 심포지엄···정부 지원과 사회적 편견 극복이 관건
대만은 전 국민 무료 검사로 신규환자 감소, 정부 “지원 강화할 것”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충분히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는 에이즈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신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대한에이즈학회(회장 김상일)는 세계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기념해 최근 ‘한국의 한발 빠른 HIV 치료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에이즈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강의와 질병관리청 관계자의 패널토의로 꾸며졌다. 패널 토의자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저렴하고 신속한 진단검사와 노출 전 예방(PrEP)를 지원함으로써 빠른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취약군의 검사를 가로막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 극복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빠른 진단이 빠른 치료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대만의 사례에서 찾기도 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치엔친 훙 교수(洪健淸, 타이완국립대학병원 감염내과)는 타이완 정부가 ‘노출 전 예방(PrEP)에서 빠른 치료 시작’으로 이어지는 에이즈 관리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거둔 성과를 소개했다.

홍 교수는 “타이완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HIV 신속검사를 지원함으로써 진단검사의 장벽을 극복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노출 전 예방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의사들은 진단과 동시에 당일 날 즉시 치료를 제공한 결과 타이완의 신환 발생률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 타이완은 UN AIDS 기구가 목표로 설정한 ‘90-90-90’(감염인의 90% 이상이 진단을 받고, 그 중 90% 이상이 치료를 받으며, 그중 90% 이상이 바이러스가 억제된다) 중 ‘90-92-95’까지 도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 교수의 발표가 끝난 직후 '한국도 치료성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진단 수준이 타이완에 못 미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홍 교수는 “타이완의 성과는 특별한 노력보다는 약물치료의 효능이 개선되면서 자연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한국도 뛰어난 의료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조만간 질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타이완 정부는 장벽 없는 무료 검사를 시행해 좋은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신우 교수(경북대학교병원 감염내과)는 ‘HIV 진단 후 빠른 치료가 지연되는 요인들에 대해 살펴보고 해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약물이 보급돼 진단을 받은 감염인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환자의 건강 개선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도 효과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치료를 받아서 바이러스가 미검출인 경우에는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U=U(undetectable = untransmissible)의 시대에 살면서 어느 때보다도 빠른 치료 시작이 우리나라에서 이 질병 극복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즈의 빠른 진단을 위해 급성기 감염 환자들의 확진 알고리즘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윤석 박사(질병관리청 호남권대응센터)는 “급성기 감염 환자 확진 알고리즘을 개선함으로써  초기 감염 진단 도입 후 12일 정도 진단이 빨라졌다”며 “더해, 바이러스의 유전자적인 계통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앞으로 진단과 예방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 집단, 국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IV 진단 후 빠른 치료를 막는 구조적인 장애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진 간호사(전남대학교병원 상담간호사)는 “처음 HIV에 진단된 감염인이 의료기관으로 오기까지 심리적인 장벽을 겪게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 확진과정, 희귀중증질환 적용, 진료비 후불제 적용 등의 과정에서도 빠른 치료로 인도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감염인이 하루라도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기관이 아닌 진단기관 단계에서부터의 여러 가지 절차 개선은 물론 심리적·경제적 치료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성욱 활동가(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는 “HIV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성소수자 군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이들을 정죄하고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검사와 치료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며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편견과 혐오가 없는 사회가 되어서 이들이 왜 취약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패널토의를 경청한 정부 관계자는 신규 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현실에서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은혜 질병관리청 에이즈관리과장은 “아직도 신환발생이 줄지 않고 있는 어려운 현실에서 질병관리청은 질병취약군의 무료검사와 PrEP 보험적용과 치료지원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상일 대한에이즈학회 회장은 “HIV/AIDS는 충분히 성공적인 치료와 예방이 가능함에도 다른 나라와 달리 아직도 환자 발생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과학적으로 극복해 보고자 오늘 행사를 마련했다”며 “희생되었던 분들을 추모하고 이 질병 퇴치와 극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보건의료계와 각 정부나 비정부단체의 노력을 기념하자”고 말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개최된 행사에 참가한 토의자들은 UN AIDS 기구가 지향하는 ‘90-90-90’을 상징하는 손가락 아홉 개를 펴고 온라인 기념촬영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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