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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낙상대비 매트 없다고 병원 주의의무 위반 인정 안돼"
"환자 낙상대비 매트 없다고 병원 주의의무 위반 인정 안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12.0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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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낙상 후 뇌손상… 대법, '병원 책임 인정' 원심 파기환송

낙상 고위험군 환자가 중환자실 침대에서 떨어져 다친 경우 환자 낙상 대비용 안전예방매트까지는 설치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한 낙상 방지 조치를 취했다면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삼성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2017년 12월 급성담낭염으로 강북삼성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김모씨(당시 62세)는 며칠 뒤 새벽 4시경 중환자실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전 병원은 낙상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김씨를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보고 낙상사고 위험요인 표식을 부착한 뒤 침대 높이를 낮추고 난간 안전벨트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김씨에게 주의사항을 여러차례 알려줬다. 사고 당일 간호사는 오전 3시 25분경 김씨가 뒤척임 없이 안정적인 자세로 자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45분경에는 PTGBD(경피경간담낭배액술, 경피경간적으로 담낭에 드레인을 삽입해 담즙을 배출하는 치료법) 배액 중이었는데 10여분 뒤 쿵 소리가 났다. 김씨 엉덩이가 침상난간 안전벨트와 난간을 넘어와 바닥에 닿아있었고 동시에 뒤로 넘어져 머리를 찧은 것이다. 당시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환자 3명을 담당하고 있었다.

결국 사고로 인한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으로 1억6000여만원을 지급한 공단은 "병원의 관리소홀에 따른 사고"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재단 측은 "김씨를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하고 낙상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 만큼 병원에 과실이 없다"며 맞섰다.

1·2심에서는 '사고 당시 환자 침대 근처에 낙상 대비용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1심은 "사고 장소가 중환자실이었고, 김씨는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될 정도로 낙상 위험이 큰 환자였기에 병원 측에 보다 높은 주의가 요구되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병원이 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가 불명확하고 병원도 사고 방지를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했으며, 김씨의 혈액응고도가 낮아 사고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더 커졌다"며 병원 책임을 60%만 인정했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해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병원 측에서 환자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 조치를 취했을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원인·경과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1·2심이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병원이 김씨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당시 여러 조치들은 현재 의료행위 수준에 비춰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김씨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 낙상사고가 발생해 병원 측이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살피지 않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심은 사고 당시 침대 근처에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 중의 하나로 삼고 있으나, 이 같이 단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사정에 기초해 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재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재단 측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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