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글자만 봐도 가슴이 ‘답답’···쓸데없는 불안과 공포 내려놓으세요
‘코로나’ 세글자만 봐도 가슴이 ‘답답’···쓸데없는 불안과 공포 내려놓으세요
  • 김상욱 샘신경정신과의원 원장(서울시의사회 섭외이사)
  • 승인 2020.12.0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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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현장에서 지켜본 ‘코로나 블루’] ②
코로나 장기화에 일반인에도 우울감 확산, 평소 불안증 환자에겐 더 치명적
‘사회적거리두기’는 사실상 격리 명령···불안·우울 격해지면 전문의상담 받아야

#30세 여성 K씨는 임용고시 준비생이다. 얼마 전부터 슬픈 감정이 심해지면서 눈물이 나고 불안해한다.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고 가슴이 답답함도 느꼈다. 원래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그마저 막혔다. 다니던 헬스장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고 외출을 기피하게 되었는데, 그 여파로 공포감이 커졌다. 매일 감염병 관련 내용을 검색하다 보니 불안감마저 커졌다. 

김상욱 원장

결국 ‘코로나 블루’(우울)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불필요한 불안, 염려를 일으키는 뉴스 등은 가급적 피하도록 하고 상담과 항우울제 치료를 병행하니 상태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

#40대 남성 P씨도 병원을 찾았다. 갑작스럽게 숨이 차고 두근거리면서 어지러워서다. 병원에 들러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심폐에 별 이상이 없다고 들었다. 대신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들었다.

P씨는 예민한 성격으로, 어릴 적부터 수시로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돼 과민성 대장증후군, 스트레스성 위염 진단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요즘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심해지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이런 글자가 눈에 보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두근거리면서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꿈을 꾸면 코로나에 감염되어 폐가 파괴되거나 확진자로 판정, 격리돼 죽을 고생을 하는 등 구체적이고도 리얼한 내용이 많았다. 결국 항불안제를 잘 복용하면서 자극적인 기사 검색을 피하고, 대신 평소의 생각과 감정을 평온하고 재밌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50대 여성 A씨는 불안장애 환자다. 매사에 걱정이 앞선다. 무얼 입고 나가야 춥지 않을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이로울지, 어떤 집에 살아야 불편하지 않을지, 이러한 내용이 상담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하루는 이런 걱정을 털어놨다 “원장님 요즘 하늘에 비행기가 자주 보이던데 혹시 전쟁이 나지는 않을까요?” 이럴 때 중요한 건 구체적인 내용 확인과 시원한 설명이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다산콜센터(120)에 전화를 해 조만간 공군행사가 있을 예정이라 비행연습을 위해 비행기가 떴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어느 날 A씨 집에서 가사일을 돕는 도우미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감기증상이 있었는데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극도의 불안과 공포함 때문에 혼자 생활을 못하는 A씨 바로 옆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A씨의 불안과 두려움이 커진 건 당연하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2주간 항불안제 사용이 평소의 3배로 뛸 수밖에 없었고 병원에는 수시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다행히 고비를 잘 넘겨 지금은 원래의 상태를 되찾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답답함, 갑갑함, 두근거림, 옥죄임 등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표현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기존 불안증 환자들은 상태 변화가 몹시 심해 주의가 요구된다. ‘재밌는 게 사라졌어요’ ‘답답하고 눈물이 나요’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같은 표현이 전형적인 우울증 증세였는데,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심정이 이와 같을 줄 누가 알았을까. 특히 필자처럼 사람의 마음을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가로서 현 상황에 우려스럽고 걱정되는 마음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푹 적셔진 사회 분위기로 인해 답답하고 괴롭지만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다. 외출을 하려고 신발을 신다가도 혹여 감염될까 염려돼 발길을 돌리고, 밖에 나가더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데 답답함을 느낀다. 또한 모르는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터라 항상 긴장하게 된다. 처음에는 불안과 공포가 컸지만, 점차 우울, 무기력, 짜증, 분노가 커지고 있다.

모처럼의 휴일도 반갑지가 않다. 수시로 휴대폰을 통해 전달되는 ‘모이기를 자제하라’ ‘양성이면 격리된다’는 등의 메시지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눈과 귀에 사무친 게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이 정도면 사람의 대뇌에 각인되기에 충분, 아니 그 이상이다.

말이 ‘사회적 거리두기’이지 나가지 말고, 만나지 말고, 나다니지 말고 집에서 조용히 살라는 명령이다. 그래도 우리는 참 잘 인내하면서 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 취미, 운동 등이 온라인으로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고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COVID-19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자주 한다.

① 마음을 가볍고 평온하게 유지하고, 가끔은 가슴이 시원하고 툭 트이도록 해보세요.

: 상담 중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단어가 ‘free(자유로움)’, ‘release((쌓인 것을 쏟아낸다 내보낸다)’, ‘cool(상쾌하다, 후련하다)’ 등인데, 이는 현실에서 겪는 느낌이 이와 반대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② 운동이나 산책은 편하게 즐기세요.

: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하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한적한 장소에서 산책을 해도 좋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산책은 자연의 편안함을 살짝 느껴보면서 이완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③ 쓸데없는 불안과 공포는 과감히 내려놓으세요.

: 우리가 보고 듣는 많은 내용 중에 실제로는 근거가 약하거나 과장된 가짜 뉴스가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차별적으로 유포되어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고 두렵게 혹은 짜증나게 만드는 내용은 멀리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④ 불안·우울·분노가 격해지면 반드시 전문의사의 상담을 받아보세요.

: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아예 외출을 하지 않는 환자도 있다. 차를 타고 병원 앞까지 와서도 병원에 올라오지 못하고 처방전이나 처방약을 아래로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수록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전문의사의 상담을 받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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