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신규 전공자 20%가 중도사직…의료공백은 외과에 ‘치명상’
이미 신규 전공자 20%가 중도사직…의료공백은 외과에 ‘치명상’
  •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
  • 승인 2020.12.0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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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되는 의료대란, '내외산소'는 숨쉬기도 버겁다] ③
'내외산소' 중에서도 가장 열악, 의사 단체행동 땐 가장 먼저 타깃
인턴공백 후유증 4년이상 지속, 필수과 공백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로써 특히 소위 말하는 필수과이자 기피과인 외과의사 입장에서는 내년부터 진료 현장에 발생할 대 혼란을 생각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특히 중환자를 진료하는 외과의 진료와 수술은 어느 한 의사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턴-전공의-전임의-교수, 모든 직역이 톱니바퀴처럼 각각의 업무를 함으로써 진행된다. 이 중 어느 한 축이 빠진다면, 그것도 1~2년의 장기공백은 진료 시스템에 치명적 영향을 미쳐 결국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임이 자명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외과의 근무 환경은 소위 ‘내외산소’로 통칭되는 필수과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위 ‘빅5’를 제외한 병원에서는 전공 지원이 저조하고, 특히 지방의 외과는 상급 종합병원이라 하더라도 전공의가 없는 곳이 허다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래 연차에 전공의가 들어 오지 않으면 상급 연차가 혼자 3년을 근무하거나, 과중한 근무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 사직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실제로 매년 160여 명의 신규 전공의가 외과에서 전공의 생활을 시작하나 최근 4년을 무사히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받는 외과전문의는 130명 내외다. 20% 내외의 전공의들이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 사직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의 공백으로 인해 교수들 또한 기본적으로 하는 진료 이외에 당직과 응급 수술로 피로도가 극에 이른 상황이다. 소아외과 등 일부 세부전공 교수의 경우 365일 매일 ‘온콜(on-cal)l’ 당직으로 하루도 쉬지 못하고 대기하는 등 외과의사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공의 지원자들 입장에서 본인이 힘들고 어려운 외과 수련 과정을 견디고 나서도 현재 교수들처럼 생활해야 한다면 과연 외과를 흔쾌히 지원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난 번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 사태 당시엔 외과, 중환자실을 위시한 필수과 전공의들이 가장 먼저 먼저 행정처분 통보를 받고 고발의 위협에 놓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필수과 전공의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배출이 줄어 어떤 과든 골라서 갈 수 있게 된다면 과연 누가 외과를 전공하려 하겠는가.

외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밤을 새워가며 필수의료를 지탱하고 있다. 이미 모두들 기피하는 ‘3D’(저수가, 고강도 근무, 의료사고 위험도 등) 전공으로 알려져 가뜩이나 전공이 배출이 모자란 상황에서 2년 후인 2022년도에는 어떻게 될까. 인턴 수료자가 500여 명만 배출된다면 편하고 수입이 좋다는 소위 ‘피-안-성-정-재-영’ 등 인기과를 마다하고 이들 중 일부나마 숭고한 사명감으로 외과를 지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바람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외과 1년차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태가 올 것이고, 이 사태는 단지 2022년 한 해에 국한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인력의 3분의 1이 빠진 상태로 3년을 근무해야 하는 2021년도 전공의 1·2 년차는 과중한 업무로 만성피로에 빠질 것이고, 이는 이들의 사고위험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다. 결국 환자 안전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들 중 일부가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외과를 포기, 이대로라면 현저히 경쟁이 낮아질 이듬해에 근무 환경이 좋은 다른 과로 옮긴다 하더라도 선배로서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2021년에 실제로 27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1년간의 인턴 공백, 공보의 공백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한국의료의 대재앙 사태가 올 것이다. 특히 이러한 재앙은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과와 외과, 흉부외과 등 환자의 목숨과 직결된 기피과에 집중될 것이다. 의료 현장엔 최소 2년 이상의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고, 그로 인한 후유증은 최소 4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필수과의 공백은 단순한 ‘의사 부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단순히 지역에 의사가 없고, 소위 공공의료(?)를 할 의사가 없다고 얘기할 때의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차원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당장 생명과 직결된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중환자를 담당하는 의사를 찾지 못해 병원과 의사를 찾아 헤매는 상황을 의미한다.

또한 국가고시 미 응시 사태와는 별도로 외국어에 능통하고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에 익숙한 예비 의사들이, 한국의 의료 현실을 인식하고 미국의사시험, 일본의사 시험에 눈을 돌리고 있는 사실 또한 주목해 봐야할 사실이다. 이미 1970년 대에 겪었던 의사 인력 유출이 다시 발생하면, 그렇지 않아도 지원자가 줄고 있는 외과의 입장에서는 더욱 더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공공의료, 필수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시작된 정부의 정책이, 필수의료와 공공성이 높은 진료과의 씨를 말리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미 높은 근무 강도와 만성적인 저수가, 증가하는 의료 분쟁의 위험 속에서도 국민 건강 지킴의 최후 보루라는 사명감으로 살아온 대한민국 외과에 근간이 되고 미래가 되는 전공의 수급을 끊어 버리는 치명적인 사태가 다가오는 것에 대하여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입안자들과 언론이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의사 배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그간 추진했던 정책이 진정한 한국 의료를 위한 의도였다는 것을 믿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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