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회 "거점전담병원으로 공공의료원 지정해 대응해야"
중환자의학회 "거점전담병원으로 공공의료원 지정해 대응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2.02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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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규모별 3단계 대응전략 제시···대유행 시 상종병 중심 대응엔 한계
앞서 TK대유행 경험 바탕으로 거점전담병원안 제안했지만 정부가 거절
유럽 수준 대유행 확산 시 체육관 등에 대형임시병원 구축해 대응해야
코로나 1차 대유행 당시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 중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단계별 중환자 진료 전략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핵심은 코로나 사태가 산발적 확산 단계를 지나 대규모 유행 단계로 진입할 경우 코로나 환자들을 전담할 지역별 거점 '전담병원'을 확보한 뒤 환자와 의료진을 코호트 격리된 전담병원에 모아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이같은 의학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정부에 코로나 전용병원(코호트병원)을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규모 유행 시 상종병 위주 대응에 한계 

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 발생 규모에 따른 단계별 대응전략을 3단계로 구분해 제시했다. 

이 중 1단계인 상급종합병원 및 국가격리병상 기반 대응안(상종국격안)은 기존 상급종합병원 등에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한 별도의 병상을 마련해 놓고 전산을 통해 중환자 발생 현황을 공유해 가며 새로운 중환자가 발생하면 인근의 빈 병실로 환자를 이송해 대처하는 방식이다.

수십 개 의료기관에 분산된 중환자 병상 현황을 파악해 가며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단계에서는 유효하지만 환자가 급증하는 대유행 단계에 진입하면 속수무책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당장 준비된 병상이 소진되면 단시간에 추가 병상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거점전담병원 지정해 코로나 환자 전담해야  

의학회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점전담병원 기반 대응안'을 제시했다.  이는 권역 및 지역별로 다수의 거점 전담병원을 구축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공공의료원을 거점병원으로 지정해 코로나 이외 환자에 대한 진료는 배제한 채 코로나 중증부터 경증까지 코로나 환자 치료를 전담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종의 코호트병원을 구축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코로나 환자 발생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즉, 거점전담병원에서 경증 및 중증 환자들을 관리하면서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들은 같은 병원의 중환자실로 전실해 즉시 치료하고, 반대로 중환자실 치료 후 호전될 경우 같은 병원의 일반병실로 옮겨 치료를 유지하거나 퇴원을 고려하는 것이다. 의학회는 "환자의 전실 여부를 판단할 때는 현장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에 기반하기 때문에 병상 운용 효율성이 증가하고, 의료기관 간 이송체계 구축·실행과 비감염증 환자 진료 배제 또는 코호트 격리로 감염관리로 인한 부담도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증상이 미미한 경증 환자는 현재 운용 중인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진료부담이 큰 최중증 환자나 응급수술 환자, 신생아·산모 등 특수환자는 별도로 지정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즉, 생활치료센터, 거점전담병원 일반병실·중환자실, 특수환자 전담 상급종합병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대다수 코로나 환자를 커버하게 되는 것이다.  

중환자의학회와 서울시의사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42개, 서울의료원의 경우 중환자실로 전환이 가능한 병상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60개 병상을 코로나 환자용 중환자 병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3단계 땐 대형임시병원 구축해 가용자원 쏟아부어야

거점전담병원안과 함께 의학회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3단계 대응안은 '대형임시병원 구축 병행 대응안'이다. 이는 거점전담병원의 역량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유행이 확산될 경우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대형 임시병원으로 개조해 가용한 의료자원을 쏟아붓는 방식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미 운영한 바 있는 방식이지만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논의나 계획이 없는 상태다.

의학회는 "이에 대한 시급한 논의와 계획이 필요하다"며 "대형임시병원이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추가적인 대규모 의료인력이 필요할 경우 (필수 의료인력을 제외한) 남는 의료인력을 전문 분야에 상관없이 거점전담병원이나 대형임시병원에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중환자의학회의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미 의학회가 대구·경북에서의 코로나 1차 대유행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거점전담병원 중환자실 운영안(20병상 기준)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적절한 논의 없이 폐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의학회는 "관계기관은 거점전담병원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의 공개 없이, '모델링에 의하면 수도권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며 "(정부는) 모델링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전문가들에게 공개하고 논의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의학회는 "전례 없는 감염병 재난상황 대응에 있어 기존의 경험과 상식을 넘어, 국가 및 의학계의 총력을 다하는 결단 및 실행이 필요하다"며 "동반될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이유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초래될 재앙적인 결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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