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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사 12월호 낭만닥터 인터뷰(신길자 강남신내과의원 원장)
서울의사 12월호 낭만닥터 인터뷰(신길자 강남신내과의원 원장)
  • 의사신문
  • 승인 2020.11.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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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경쾌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요”

신길자 강남신내과의원 원장 

언제나 밝은 웃음과 에너지를 전하는 의사, 신길자 강남신내과의원 원장을 만났다. 그는 심장내과 전문의이면서 동시에 에세이스트, 그리고 자수 공예 전문가로 활동하는 종합 예술가이기도 하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열정을 이어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입동이 막 지난 어느 날 신길자 원장과 따뜻한 차를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의 최근 근황에 관해 물었다.  
“2019년 대학병원 은퇴 후 개원의원을 열었습니다. 은퇴와 동시에 개원 후 1년이라는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습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공부하며 배워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 원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서 33년간 심장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정년퇴임 했다. 올 한해를 돌아봄과 동시에 지난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듯 잠시 생각에 잠기는 그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소속 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주로 진료해왔어요. 그와 달리 개원의가 된 뒤에는 내과 진료를 보며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출근과 퇴근이 명확해져 퇴근 이후 여가 생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웃음)”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그동안 미뤄왔던 취미생활을 하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신 원장이다. 이런 태도와 풍부한 감수성은 에세이스트로서 그가 가진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에세이스트로서의 시작에 대해 물었다. 
“사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낸 교수님께서 ‘닥터 신, 글 쓰는 거 좋아해?’라고 물으시며 글을 써보라고 제안하신 것이 직접 글을 쓰는 계기가 됐습니다.”
신 원장은 수석회 역사상 44년 만에 첫 여성회원으로 입회한 인물이기도 하다. 수석회는 55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의사 수필가 모임으로 글 쓰는 의사들을 대표하는 모임이다. 신 원장의 글 <내 마음의 텃밭>은 수석회의 동인지 통권 46권에 표제작으로 채택되는 등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또한 <여기와 거기 사이>로 2020 에세이스트사에서 ‘올해의 작품상’을 받으며 실력과 내공을 입증했다.
“수석회 활동을 하며 매년 2편의 글을 꾸준히 써오고 있습니다. 함께 글을 쓰고 공유하며,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큰 자산입니다. 글쓰기는 공부와 마찬가지로 하면 할수록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저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2013년에는 등단의 기회와 함께 마치 운명처럼 글을 쓰고 나눌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다. 꾸준한 노력과 성실함으로 어느덧 8년 차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신 원장이다. 그는 주로 일상에서 글의 소재를 찾는다고 한다.
“글감을 얻는 방법은 일상에서의 관찰입니다. 사물과 사람, 일상을 관찰하는 사소한 즐거움이 곧 저의 글이 되고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죠. 이러한 부분이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에세이스트> 2020년 9-10월호 문제작가 신작특집에 5편의 글을 쓰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독자들은 ‘작가님의 멀고 작은 기억들이 어떻게 타자의 것인 양 정화를 가능케 하는 가요’라며  ‘작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생명조각 같은 고백의 언어들 입니다’라고 감상평을 나눠주었습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마저도 신 원장의 시선을 거쳐, 펜으로 옮겨지는 순간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가 된다. 자신의 글을 통해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 그의 오랜 소망이다.
신 원장은 자신에게 글을 쓰는 것이 ‘멈추어 서서 내면을 스포트라이트로 비추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투명하게 비추는 일이기에 늘 고심하며 정성을 쏟는다.    

그는 글쓰기 입문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조언을 건넨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과 같죠.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으며, 삶에 허락된 여유와 기쁨, 풍성한 의미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마음에 작은 불씨를 가지고 살지요. 차근차근 조금씩 써 내려가 보세요. 글쓰기를 통해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위로와 여유를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신 원장은 글쓰기 외에도 자수 공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자수 공예의 시작은 어린 시절부터입니다. 손재주가 좋으셨던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웠고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습니다. 중학교 시절 설렘과 즐거움을 줬던 자수 시간과 전문의 1차 시험을 마친 후 2차 시험을 앞두고 조카를 위해 조끼를 짜주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웃음) 자수 공예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저에게 쉼과 힐링을 주는 놀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신 원장은 정성스레 자수 공예를 하고 있노라면 마음의 안정과 설렘을 느낀다. 방대한 학업에 지쳐있을 무렵엔 완성된 자수를 보며 눈에 보이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곤 했다. 비단에 비단실로 자수를 놓으며, 최근에는 전시에 출품할 정도로 전문가로서 손재주를 가진 그다. 
“떠올려 보면 자수 공예는 과거 선조들이 농사를 마치고 저녁 시간 틈틈이 해오던 소일거리였어요. 물론 지금은 그 의미가 무색해졌지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서 생각해 볼 때 더 진화하고 편리한 삶을 살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늘 분주함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시간이 없다고 변명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잠깐의 여유를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자수 공예를 통해서 그 여유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웃음)”

신 원장에게 자수 공예의 시간은 마음을 집중하고 가다듬으며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기도의 시간이기도 하다. 한 땀, 한 땀 자수를 채워나갈 때 비로소 깊은 고요함에 머무르는 것을 느낀다는 그다. 
의사로서의 본업과 에세이스트부터 자수 공예까지 세 가지 일을 다 해내는 그의 역량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일과 여가,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답을 드리자면 ‘꾸준함’이 그 비결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일주일에 1시간의 힘’이라고 할 수 있죠.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꽉 채워진 1시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그렇게 꾸준히 1시간씩 채워나간다면, 원하고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신 원장은 <자수와 나>라는 글을 펴내며, 자수 공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일과 쉼의 균형을 잃지 않는 신 원장의 모습에서 그가 가진 밝은 미소의 비결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의사로서도 최선을 다해 신념을 잃지 않고, 몸이 아픈 환자들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그다. 나아가 계속되는 의학의 발전 앞에서 끊임없이 배우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바쁘다라고 말하며 ‘바빠’, ‘힘들어’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기보다 ‘가볍고, 경쾌하게 살아가 보자’라고 자신을 격려해보면 어떨까요? 추운 겨울 건강하시길 바라며,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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