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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K방역, 백신 확보에선 선진국에 뒤처지는 이유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K방역, 백신 확보에선 선진국에 뒤처지는 이유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1.26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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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잇따른 임상 성공 소식에 각국 백신확보 경쟁
정부, 내달 초 물량 확보현황 공개···너무 안일하단 비판 나와
K방역 선방해 피해 적지만 "백신 확보는 타이밍이 중요" 지적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든 전 세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최근 하나둘씩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각 나라들은 이들이 개발하는 한정된 물량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최소 수천만에서 억 도즈 단위 계약성사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물량 확보 소식이 들리지 않아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소위 K방역을 통해 비교적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한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 단계에 성급하게 대량 구매에 나서기보다 보다 신중하게 사태를 관망하면서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지형’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총 212종의 후보물질이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 중이다. 이 중 임상시험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에 든 백신 후보물질은 26일 기준 11개로 나타났다. 이달 초만 해도 10개였지만 지난 12일 인도의 바라트 바이오테크의 후보물질이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 경쟁에 뛰어들어 제약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맺고 구체적인 대국민 접종계획을 밝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은 총 8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해 다음 달 11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2월까지 1억1000만 명의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9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고, 독일은 12월 중에, 스페인은 내년 1월부터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1억90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해 이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세계에서 2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도 5억 회분을 계약했고, 일본은 화이자-바이오테크에서 1억2000만 회분, 모더나에서 5000만 회분, 아스트라제네카에서 1억20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해 내년 상반기 내에 모든 국민에게 접종한다는 목표로 예산 편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백신 확보 현황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들이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12월 초에나 구체적인 백신 확보 현황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을 뿐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이처럼 백신을 재빨리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백신 개발 초기부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구매 계약을 서둘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역이 잘 이루어져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코로나19 피해가 적다는 이유로 백신 확보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료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감염병 진료 현장에 뛰어들어 이른바 'K방역'이라고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낼 정도로 방역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을 통해 “아직까지 (한국은)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환자 규모가 적고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방역에 참여한 만큼 (코로나19 백신 도입 협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는 필요한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를 계획대로 일정에 맞춰 추진, 협상하고 있다”며 “결과는 곧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다. 백신 확보에 대해 절대 불안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정부의 백신 확보를 위한 접근법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한국은 가격이 적당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 관리들의 백신 공급 접근법은 미국이나 EU보다 훨씬 신중한 편”이라며 “‘한국은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잘 통제되고 있어서 다른 곳의 백신 효과를 일단 지켜볼 여유가 있다’고 한 한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도 최근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돼 연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특히 3차 대유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소규모 감염이 지속되고 있어 더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백신 확보 역시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백신 선구매협약을 맺었다고 해도 이미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의 국가들이 먼저 선구매협약을 한 이후 뒤늦게 나섰기 때문에 백신 확보가 뒤처질 우려가 있다”며 “선진국들은 내년 1분기에는 접종을 시작할 텐데 우리나라도 그때 함께 접종을 시작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올해 겨울이 백신 없이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 말 역시 완전히 신뢰하기 힘들다. 백신 확보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우리나라가 백신을 미리부터 선구매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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