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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 혼자 떠안지마세요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 혼자 떠안지마세요
  • 김현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20.12.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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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또다른 그늘, '코로나 블루'] ④
'마음의 감기' 우울증, 약물 치료에 대한 편견 없애는 것이 시급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등 이용 권장, 신선한 야채·과일도 도움
김현수 센터장.
김현수 센터장

'우울'을 '마음의 감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하듯 우울증도 사람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다. 현존하는 여러 질환들, 그 중에서도 인간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여러 질환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힘든 질환 중 하나가 우울증이다. 인간을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상태로 이끌기 때문이다.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와 '태도'다. 알아야 산다. 증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정신과의 여러 상담과 처치가 수용된다.

다행히도 우울증에 대한 이해와 학습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있고, 질 좋은 정보도 많아졌다. 문제는 편견과 태도다.

우울증에 대한 치료는 상담부터 약물치료, 입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도가 현재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우울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는 것을 막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편견, 태도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즉, 우울증이 비(非)약물적인 방법으로 이겨낼 수 있는 병이며 마치 그렇게 이겨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분위기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말은 아주 극소수에게, 그리고 아주 일부만 맞는 말이다. 약물을 과다하게 쓰는 것도 분명히 막아야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구제할 수 있는 약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약에 대한 지독한 편견, 이것이 재발과 악화, 그리고 피할 수 있는 죽음을 애석하게 맞이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질병과 약물에 대한 오해의 편견의 제거가 여전히 시급한 문제이다.

만일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수면을 이루지 못하고 식욕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초조불안, 나아가 자살 사고에 이르는 지경이 되면 더더욱 단순한 안정이나 상담으로 증세가 호전되기는 어렵다. 이런 증세의 일부 혹은 다수가 나타난다면 병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우울증에 대한 현실적 도움을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증세의 자각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일이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우리가 치러야할 대가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만일 당장 병원에 가기가 어렵거나 자신의 상태나 상황에 대해 먼저 상의하고 싶다면 다양한 전화상담이 기다리고 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전국을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위기상담 콜센터(1577-0199)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이같은 위기상담 전화를 이용해 자살 충동이나 자살실행을 지연하고 안전계획을 세울 것을 권장한다. 

위기상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완벽한 상담이라기보다는 전화를 건 내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상담과 함께 여러 자원을 연결시킬 수 있는 시도가 중요하다. 위기상담전화에 기반해서 출동도 하고 또한 서비스에 동의하는 분들에게는 지역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결해 상담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는 위기전화 상담을 통해 자살행동의 지연, 자살충동의 감소, 자살실행의 취소 등에 해당되는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런 결과도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자살예방을 위한 위기상담을 할 때 추가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단연코 술이다. 술은 확실히 충동성을 높이고,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들며, 그래서 신중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 이로 인해 평상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할 결과를 빚어내기도 한다.

코로나로 힘들고,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지는 순간에 마시는 술은 온갖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킨다. 무엇보다 술은 절대로 위로해주지 않는다. 폭음을 하거나 술을 남용하게되면 자해, 자살, 폭력, 학대와 사회적 부담이 높은 결과를 낳고, 나아가 아이들이 망가지게 된다.

더불어 우울을 이겨내기 위해 권장할 것이 있다면 단연코 운동이다. 운동은 우리가 약만큼 중요한 자조적 치료라고 생각한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지만 못하는 운동, 가장 값은 싸지만 효과는 좋은 약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언제나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글쓰기와 마음챙김과 같은 활동도 우울증에서 아주 중요한 치료책이 되고 있다. 장기간 베스트셀러였던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와 같은 책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기록하고 쓰고, 또다시 생각하고 기록하고 쓰는 과정은 우울을 회복할 뿐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하게 하는 큰 과정이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급부상한 자기 돌봄의 방법, 마음챙김, 마인드풀니스법은 자기 자각과 자기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상태를 더 잘 파악하고 보다 긍정적으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우리는 먹는 것에서도 해답을 찾고 싶어한다. '세로토닌'처럼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은 많이 제공해주는 그런 음식이 없는가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실제로 그런 음식이 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로 식단을 짜고 자주 운동하고 글을 쓰고, 자신의 상태를 잘 파악하라. 그리고 수면과, 식욕, 자살사고와 집중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가까운 정신과 의원을 가라. 그 어떤 편견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자신의 생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라. 더 깊은 우울증에 빠져 죽음의 유혹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치료와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적지 않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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