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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용 줄어드는데, 정신과 상담은 급증···코로나 블루엔 '백신'도 없다
병원 이용 줄어드는데, 정신과 상담은 급증···코로나 블루엔 '백신'도 없다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2.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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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또다른 그늘, '코로나 블루'] ①
1~9월 코로나 통합심리지원단 상담건수 51만건, 일반인이 20% 차지
최근 정신건강 정기검진 필요하단 응답 74%, 1년전엔 '필요없다' 82%

최근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만간 코로나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안에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①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긴 터널 속에 갇혀 있던 일상이 백신의 등장과 함께 비로소 터널을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드리운 또다른 그림자는 오히려 짙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즉,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상)를 호소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라도 가질 수 있는 코로나와 달리, 코로나 블루에는 이를 예방할 백신조차 없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코로나 이상의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소청과 진료비 전년대비 -40%, 정신과는 20%↑  

코로나의 확산과 함께 전체적인 의료이용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은 최근 3년 평균 증가율(9.5%) 대비 9.2%p 낮은 0.3%에 그쳤다. 코로나19 검사로 인한 병원 수요가 늘었음에도 그 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대폭 감소해 전체 의료 이용은 줄어든 것이다. 

대부분의 진료과가 수요 감소를 겪고 있지만 유독 정신과는 진료비와 진료인원, 내원일수가 모두 늘어났다. 올 상반기 정신과 진료비는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고, 입내원일수와 진료인원도 각각 10% 정도 늘었다. 타 진료과에서 진료비와 진료인원 등이 전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증가세는 대단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진료비는 40%, 입내원일수는 50% 가량 줄었고 이비인후과의 경우 각각 20% 이상, 30% 이상 줄었다.

질환별로 비교해도 정신질환의 건강보험 진료 증가율이 단연 두드러졌다. 급성세기관지염이나 중이염 같은 질환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진료비는 약 40%, 입내원일수는 50% 가량 줄었지만, 수면장애와 우울증의 경우 진료비는 약 10%, 입내원일수는 5% 가량 늘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복지센터 일반상담 건수를 따져 봐도 불안장애의 경우 올 상반기 상담 건수(1만8931건)가 지난해 같은 기간(1만3067건)에 비해 44.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하반기 상담 건수까지 합산해 지난해와 비교할 경우 증가율이 5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인도 '코로나 블루'서 예외 아냐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로 인한 고통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는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사이에서 자주 관찰되지만 일반인들도 비켜갈 수 없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 심리상담 건수는 약 51만 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확진자가 4%, 코로나 격리자가 75%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일반인 비율도 약 20%에 달했다. 

실제로 이미 적지 않은 국민들이 코로나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한 이유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주간리포트 ‘마음 건강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작년 대비 정신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자의 85%가 악화 원인에 대해 코로나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재 3차 대유행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코로나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 블루로 정신건강도 신체건강처럼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도 코로나로 인해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리서치에서 발표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상의 문제로 전문가의 상담 또는 전문기관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라는 응답이 82%였다. 이어 ‘전문가 또는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느냐’는 질문에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44%, ‘스스로 노력해서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가 36%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최근 발표된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불과 1년새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한국리서치가 11월에 발표한 주간리포트 ‘마음 건강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정기적 정신건강검진의 시행 필요성을 느끼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답변이 74%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건강 정기검진 필요성에 공감한 응답자는 모든 연령대별 고르게 분포하기도 했다. 18~20세가 83% △30~39세 81% △40~49세 81% △50~59세 71% △60세 이상 62%로 나타났다. 특히 10대부터 40대까지는 모두 80%이상이 정신건강 정기검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 장기화로 향후 전망도 '우울'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학교 KU마음건강연구소(소장 최기홍 심리학과 교수)의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에 따르면 5월, 7월, 9월 응답자들의 우울과 불안 점수를 측정한 결과, 9월의 우울·불안 점수가 5·7월에 비해 크게 늘었다. 남녀 '우울' 점수를 합산해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 5월은 8.79점, 6월은 8.66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9월 우울 점수는 9.96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불안' 점수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5월에 7.98점이었던 불안 점수는 7월에 8.38점으로 올랐고 9월에는 9.36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상으로 파고 든 코로나 블루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이미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마음 건강지침’을 발간했다.

이 지침에는 ‘불안은 정상적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기’ ‘서로를 응원하기’ 등 10가지 지침이 제시돼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성 정신질환 등의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신질환은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신건강 위험요인의 조기발견과 예방 프로그램, 상담, 치료 등 정신건강 증진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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