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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젊은층에 더 짙게 드리우는 ‘코로나 블루’의 그늘
여성·젊은층에 더 짙게 드리우는 ‘코로나 블루’의 그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2.06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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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또 다른 그늘, '코로나 블루'] ③
여성·젊은층, 실업·취업에 가장 큰 영향···여성은 양육·가사 부담까지 더해
상반기 20대女 자살률 작년보다 43%↑, 각별한 관심, 사회·정책적 배려 필요
<사진=뉴스1>

30대 후반의 주부 A씨는 최근 극심한 우울감이 계속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았다가 실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육아·가사 노동 부담이 커지고 가계수입이 감소한 것에 더해 외출마저 어려워지자 극심한 우울감이 지속됐다고 한다. 

지난 3월까지 A씨는 한 중견 여행사에서 일하며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8살인 아들과 5살인 딸의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 맘’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며 여행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자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애초 건설회사에서 토목기사로 일하며 매일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과 더이상 육아·가사를 분담하기가 어려웠고, 육아와 가사는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A씨가 전담하게 됐다. 70세에 가까운 고령인 친정어머니의 도움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한창 신체 활동량이 많은 두 아이의 육아와 가사를 A씨 혼자 전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A씨는 온종일 혼자 육아와 가사를 도맡았고, 정신과 육체는 점점 더 지쳐갔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외출마저 쉽지 않아진데다 A씨의 수입이 끊기면서 가계 수입이 줄어 생활고의 압박까지 더해지자 A씨는 극심한 우울감에 빠져 더이상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됐다.

A씨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0월28일 공개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 변화’에 따르면 마스크, 손 씻기 등 생활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호흡기·소화기 감염이나 손상 환자 수는 감소한 반면, 우울증 등 일부 정신과 질환자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7월 감기와 인플루엔자(독감), 폐렴 등 호흡기 감염 환자는 803만 명으로 전년 동기(1,670만 명) 대비 51.9%나 줄었지만 우울증 등의 기분 장애로 같은 기간 병원을 찾은 환자는 71만 명으로 전년 동기(66만 명) 대비 7.1% 증가했다.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에 누구보다 많이 시달리는 이들은 '젊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등의 기분 장애로 같은 기간 병원을 찾은 19~44세 젊은 여성 환자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6%나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남성(11.2% 증가)보다 약 두 배 정도 높은 수치이다.

우울증은 삶의 질과 기능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준다. 우울증 환자의 감정이 심화되거나 장기화되면 이에 비례해 보호자의 심리적∙경제적 부담도 함께 증가하면서 이중고를 겪게 된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20배나 높고, 기존 우울증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의 난치성 우울증인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 우울증 환자보다도 약 7배나 높다. 우울증은 심지어 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을 약 10년 가량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상반기 자살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이 지난해 대비 43%나 급증했다. 또 신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 건강투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56.7%, 30대 여성 50.5%, 60대 여성 57.9% 등 여성 대다수가 ‘코로나19’와 ‘우울(blue)’이 합쳐진 단어인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 중 절반(50.5%)은 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 ‘외출 및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을 꼽았고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급여 등의 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극단적 선택의 위험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들에게 사회의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일반적으로 호르몬의 특성상 여성의 감정 기복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UN)도 코로나19 위협의 하나로 여성이 감염병 같은 재난에 더 취약한 점을 꼽았다. 양육과 가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경제활동에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가정폭력까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 발병률이 약 20% 정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결과가 일치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은 노인들이 훨씬 더 높지만 우울증 발병률은 젊은층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첫 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우려, 두 번째로는 코로나로 인해 젊은층이 실업 및 취업 문제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 센터장은 특히 “젊은 여성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률이 높은 직업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분포되어 있고 양육과 가사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더 높으며,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가정폭력에도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우울증에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와 각별한 관심은 물론 사회·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센터장은 젊은 여성들의 우울증 예방 및 관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지원 방안으로는 △SNS, 전화, 인터넷 등 비대면 서비스를 통한 정신건강 상담 △코로나19로 인해 실업과 재택근무 등 직업 환경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선택적 지원 △가사와 양육 등 돌봄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 지원 등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 변화를 확인한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우울증 등 정신질환 급증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특히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연령층을 위한 우울증 관련 상담 등 확대 운영 검토가 필요하다”며 “각 의료이용의 변화추이와 이에 따른 특성 파악과 문제점을 도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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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 2020-12-30 10:34:50
페미 말 다 들어주려면 밑고 끝도 없음. 나라 다섯 번 팔아도 모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