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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안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즉각 중단하라"
의협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안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즉각 중단하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11.23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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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 간담회 개최
원외탕정실의 불법 의약품 제조 및 첩약 부작용 등 문제점 많아

의료계가 정부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원외탕전실의 불법 의약품 제조 문제는 물론, 첩약의 부작용과 피해사례 등을 감안하면 이번 사업이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국민 건강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23일 용산 의협 임시회관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반값 한약'이라는 포장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대한 '대국민 임상시험'이 시작됐다”며 “즉시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휴유관리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에 들어갔다. 이 사업에는 전국 한의원 1만4129곳 중 62%인 8713곳이 참여하고 있다.  

의협은 이번 사업에 대해 “안전성·유효성 미검증 문제 뿐만 아니라 원외탕전실의 불법 의약품 제조 문제, 첩약의 부작용 및 피해사례 등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기간 내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에 따르면, 시범사업에는 일반한약조제로 인증된 원외탕전실만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9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가 도입된 이후 2년이 지난 올해 9월 기준으로 인증받은 전국 원외탕전실은 5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국 전국 8713곳 한의원 가운데 일부 자체탕전이나 공동이용탕전 시설을 갖춘 곳을 제외하면 원외탕전실 5곳에서 나머지 모든 한의원의 첩약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의협은 “과연 5개의 원외탕전실 1곳당 몇 개 한의원을 담당해 첩약을 만들지, 하루에 몇 명분의 첩약을 만들지, 원외탕전실 한약사 1명은 얼마나 많은 첩약을 만들지,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진 첩약이 과연 안전하고 적정하게 관리될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약사 1명이 근무하는 원외탕전실 1곳이 수백, 수천 곳에 이르는 한의원의 첩약을 만드는 것을 의약품 제조가 아닌 '조제'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외탕전실은 인증제라는 허울 속에 가려진 ‘의약품 대량 불법 제조 공장’”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지난 10월 한국소비자원 조사를 인용해 “한방진료 분쟁 중 한약 치료 관련 피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당시 소비자원은 '한약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한약 치료 후 부작용이나 효과 미흡에 대한 피해구제 신청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처방이나 한약재를 확인하려 했지만, 진료기록부에 한약 처방 내용이 기재돼 있던 경우는 5건(10%)에 불과했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소비자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비방(秘方, 노하우)' 등을 이유로 처방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곳도 35건(70%)에 달했다. 

의협은 정부를 겨냥해 “국민들에게 수많은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한약을 관리·감독하기는커녕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많은 문제와 미비점이 있어 수많은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끝내 강행하려는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 졸속 추진에 강력히 규탄한다"며 보건복지부에 △시범사업 즉각 중단은 물론 △전수조사를 통한 전국 원외탕전실 의약품 불법조제 실태 파악 및 폐쇄 조치 △정부의 한방선호 정책 즉각 중단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교웅 의협 한방특위 위원장은 "정부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한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니터링해 한약의 효과를 밝히겠다'고 했지만, 단 한 번의 첩약 급여화로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한약을 복용하는 사람 대부분이 의약품을 복용하는데 한약의 효과를 밝힐 수 있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범사업에 대해 "결국 안전성과 유효성은 물론, 한약에 대한 객관화나 표준화가 불가능한 사업"이라며 "의-약-한-정 협의체를 구성해 첩약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의협 특임이사는 "의료계의 첩약 급여화 반대에 대해 ‘직역싸움’이라는 여론이 있지만, 의료계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되고 근거가 있다면 첩약급여 사업을 시행하라는 입장"이라며 "첩약에 대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을 마루타 삼아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것에 반발하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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