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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우려에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PA
의료공백 우려에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PA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0.12.0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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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되는 의료대란, '내외산소'는 숨쉬기도 버겁다] ⑥
정부 PA제도화 시사에 논란 확산, 중앙의료원 지난해 PA 수술참여 27%
의협 "간호사는 의사 대체 못해"···싼값에 PA고용시 의료질 하락 불가피

내년도 의사 수급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부족한 의사 인력 부족을 해결할 대안의 하나로 또다시 PA(Physician Assistant) 제도가 언급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8년 국정감사부터 PA 제도화를 시사하면서 PA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의료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한동안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PA가 의사 국시 미응시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꿀 대안으로 거론되면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PA 문제를 전문간호사 제도와 연계해 해결해 나가기로 방향을 정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PA 제도화 나선 정부·국회, 일부 병원 "PA간호사 활용 필수적"

현행법상 PA가 의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PA’의 정확한 용어는 ‘UA(Unlicensed Assistant)'로 무면허 보조인력을 분명히 하며, 이는 의료법 제 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형 병원에서는 기피과의 경우 의사 인력 부족과 전공의 정원 미달로 인해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의료 업무를 담당하는 보조인력으로 PA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장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병원 입장에서 PA 간호사 활용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PA 활용이 대형병원들 사이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된 데에는 전공의법 시행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A씨는 “전공의들이 진료뿐 아니라 진료와 관련된 일을 다하는데 ‘전공의법’이 생기면서 전공의가 했던 일을 나눠가질 사람이 필요하게 됐다”며 “특히 전공의가 없는 흉부외과의 경우 PA 간호사들 마저 없으면 진료 공백이 생겨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확보한 통계자료를 보면 대학병원의 경우 이미 PA 간호사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곳의 국립대 병원이 모두 PA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은 PA인력이 모두 118명으로, 가장 많은 인력을 운영 중에 있다. 더불어 PA 수는 해마다 증가해 최근 5년 동안 250여 명이 증가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가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에서도 의료인력 부족으로 PA간호사 확충 및 수술참여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의 PA 간호사 수술 참여도는 2016년에는 5108건 중 단 62건(1.2%)이었지만, 2019년에는 5080건 중 1381건(27.2%)으로 나타나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의 수술 참여가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김 의원은 “의사인력 부족, 특히 특정 과에 대한 의료인력 부족으로 PA간호사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며 “PA 전문간호사제도의 합법화를 통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 간호사의 영역과 역할을 규정함과 동시에 그에 걸맞은 의무 부여,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PA가 전공의 수련환경 질 낮출까 우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PA 활용이 공공연한 비밀이 됐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공식적으로 PA 젣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해에도 인턴의사의 업무는 PA간호사가 수행 할수 있다고 주장한 한 전문가의 말에 “간호사는 간호 업무를 하는 인력이지 의사인력을 대신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 중에도 PA 간호사를 제도화 하는 것은 의료 제도를 흔들며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의 질을 낮출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 B씨는 복지부가 의사의 지도하에 PA 간호사가 수술실 봉합, 심초음파 역할 등의 업무를 포함하는 논의를 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대해 “(PA 간호사가) 의사들만큼 의학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하고, 의료행위에 문제가 생겼을 시 의사만큼 책임을 진다면 찬성하겠다”며 사실상 강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B씨는 “(그럴 거면) 의사 면허까지 주지 그러냐”고도 했다. 

또다른 대학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C씨는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병원 내 전공의들의 트레이닝이나 교육의 기회가 줄어드는 등 수련환경의 질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C씨는 “PA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교수들과 오래 합을 맞추면서 일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교수들이 의료행위를 할 때 PA 간호사들을 훨씬 편하고 가깝게 여기며 PA 간호사들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며 “PA 간호사들이 (함께) 있는 환경에서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미숙함을 인내하며 교육하기란 거의 불가능”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특히 “PA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면허가 있는 1년차 전공의들이 작성해 놓은 환자 처방을 의학적 근거 없이 임의로 바꾸기도 한다 ”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도 교수들이 눈감아주고 묵인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부 진료과에서는 전공의들보다 병원 현장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PA간호사들이 전공의들을 나무라고, 회진을 선두로 돌며 환자를 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현장의 불만에도 내년도 인턴 수급에 공백이 생기게 될 경우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PA간호사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PA를 활용하는 병원들도 PA업무에 있어서는 의사들의 업무와 명확한 구분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PA 활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응급의료센터장 A씨도 “PA 간호사가 의사들보다 싸다는 이유로 의사를 고용하지 않고 의사가 당연히 해야할 일을 PA간호사를 고용해 활용한다면 의료의 질이 낮아지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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