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도 인연은 이어진다···'코로나 블루' 이겨내는 이색 모임들
코로나 시대에도 인연은 이어진다···'코로나 블루' 이겨내는 이색 모임들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2.0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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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또다른 그늘, ‘코로나 블루’] ⑤
게임, 과제, 혼술까지···'랜선' 모임 이용한 온라인 소통 확산
2년전 출시된 온라인게임, 소통에 대한 갈망 틈타 인기몰이

함께하고 싶어도 함께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수록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될 수밖에 없지만 ‘심리적 거리'만큼은 좁히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특히 코로나 블루로 우울감이 커질수록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대한 욕구도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 이같은 세태를 반영한 이색적인 모임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소통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께하는 온라인 게임’ 이제는 사회적 흐름

어몽어스 게임 시작 전 대기실 모습 캡처. 무지개색으로 캐릭터 색깔을 맞추거나 특정 아이템을 통일하는 등 다른 유저와 함께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어몽어스 게임 시작 전 대기실 모습 캡처. 무지개색으로 캐릭터 색깔을 맞추거나 특정 아이템을 통일하는 등 다른 유저와 함께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코로나가 걱정된다던 친구 2명이 함께 여행을 못오게 됐어요. 서울에 있는 2명, 전주에 여행 온 친구 3명이랑 온라인 게임 ‘어몽어스(Among us)’에서 만나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했어요.”(정모 씨, 28, 공무원)

최근 젊은 층에서는 온라인 게임 '어몽어스'가 유행이다. 어몽어스는 일명 ‘온라인 마피아게임’이다. 게임 참여자에게는 각각 크루원(시민)과 임포스터(마피아)의 역할이 주어진다. 서로의 정체는 알 수 없는 상태로 크루원은 모든 미션을 수행하거나 임포스터를 추리해 죽이면 승리한다. 임포스터는 정체를 들키지 않고 크루원을 죽여 승리할 수 있다. 최대 10명까지 참여가 가능해 정해진 시간에 지인, 친구 등 여러 명과 함께 온라인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임포스터에게 죽임을 당한 크루원이 유령이 된 모습.
크루원으로 게임에 참여한 기자가 임포스터에게 죽임을 당해 유령이 된 모습.

백모씨(29·교육계 종사자)도 지인들과 어몽어스를 즐겨 한다. 백씨는 “모르는 사람들과 하면 재미가 없다”며 “친구들과 만나 서로 속이는 맛이 재밌다”고 말했다. 어몽어스 유저들은 온라인에서 시각적으로만 함께하는 것에서 더해 청각적으로 함께하는 방식도 자체적으로 개발해내고 있다. 정 씨는 “보이스톡을 단체로 켜놓고 어몽어스 게임을 같이 하면, 친구들 웃음 소리만 듣고 임포스터로 의심해 죽이기도 하고 누군가 쫓아오면 비명을 지르기도 해서 재밌었다”며 “다같이 여행 못 온 게 서운했는데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함께하기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함께하는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끄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분석이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던 3~4월엔 일본 닌텐도사의 ‘모여봐요 동물의숲(모동숲)’이 큰 인기를 끌었다.

모동숲과 어몽어스 모두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 오프라인에서 채워지지 않는 사회적 소통을 온라인에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코로나 시기에 두 게임이 흥행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로나가 한창이던 올해 3월 전세계 동시 발매돼 즉시 인기를 끌었던 모동숲과 달리, 어몽어스는 이미 2년 전에 모바일과 PC버전이 출시됐다. 2018년에는 흥행하지 못했던 ‘팀 게임’이 코로나 시기에 역주행한 것 역시 사회적 소통을 갈망하는 시대적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공 과제 같이 할래? 줌으로!” “랜선 혼술 같이할래요? 카톡으로!”

대학생 여모 씨가 친구들과 줌으로 '랜선 과제 스터디'를 하는 모습.
대학생 여모 씨가 친구들과 줌으로 '랜선 과제 스터디'를 하는 모습.

전공 수업이 끝나면 중앙도서관이나 카페로 우르르 몰려가 함께 과제를 하던 대학생들의 모습은 코로나 유행 이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요즘 대학생들은 함께 만나서 과제를 한다. 중앙도서관이나 카페가 아닌 각자의 집에서, 화상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올해 건국대학교에 입학한 여모씨(20)는 최근 ‘줌(Zoom, 온라인 화상프로그램)’으로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여씨는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과 직접 만나기가 어려워 ‘랜선 과제 스터디’를 시작했다”며 “줌으로 카메라를 켜놓고 각자 공부를 하는데 한 번 모이면 최소 3~4시간씩 하고 어제는 저녁부터 새벽 4시까지 했다”고 말했다.

여씨는 “새벽에 공부하다 졸리면 ‘10분만 잘 테니 깨워 달라’고 하는데 시간이 다 되도 안 일어나면 친구들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러서 깨워준다”며 “줌으로 만나면 멀리 있어도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랜선 혼술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사진. (사진=‘방구석 주정뱅이들의 랜선모임’ 회원 제공)

‘랜선 혼술’도 생기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방구석 주정뱅이들의 랜선모임’에는 19명의 참여자가 꾸준히 ‘혼술 아닌 혼술’을 이어오고 있다. 이 채팅방을 처음 만든 닉네임 Gg씨는 “일을 하다 보면 사람 만날 (에너지가 소진돼)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딸리는 날이 많은데, 혼자 놀기엔 허전하고 심심하니까 만들게 됐다”며 “시국이 시국인지라..”라며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못하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Gg씨는 이 채팅방 상단에 장난스럽게 ‘다 죽어라 코로나’라고 고정 글(공지)를 올려두기도 했다.

랜선 혼술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사진. (사진=‘방구석 주정뱅이들의 랜선모임’ 회원 제공)

이 채팅방은 주로 매일 저녁 활성화된다. 서로 ‘술(주종)’ 사진과 ‘식(食, 안주)’ 사진을 공유하며 혼술 메뉴를 자랑한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닉네임 광배근 씨는 “제가 마시는 걸 (사진으로) 다른 사람들이랑 공유하면 재밌고 새벽에 동시에 술마시면서 (카톡으로) 얘기하는 것도 재밌다”며 “술에 대한 정보도 듣고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게 재미인 것 같다. 코로나가 랜선 혼술에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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