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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 80만명 시대, 30여년 만에 신약 출시
우울증 환자 80만명 시대, 30여년 만에 신약 출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1.1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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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난치성 우울증 치료제 '스프라바토' 국내 출시, 병용요법으로 허가
학계도 새로운 치료옵션 등장에 환영···건보적용 안 돼 높은 약가는 부담

지난해 우울증으로 병의원을 찾은 환자는 약 80만 명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우울증 환자 수도 연평균 7%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울증은 기대수명을 10년 가량 단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20배나 높고, 특히 기존 우울증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의 난치성 우울증인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 우울증 환자보다 약 7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최근 30여 년간 이에 대응할 만한 마땅한 신약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우울증 치료제 신약이 출시돼 새로운 치료옵션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제약 부문 법인 얀센은 1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Spravato Nasal Spray, 성분명 에스케타민 하이드로클로라이드)’를 성인의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로 국내에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프라바토는 최소 2개 이상의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성인의 중증 우울증(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에 사용된다.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와 병용 사용 요법으로 국내에서 지난 6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스프라바토는 주성분인 '에스케타민'이 뇌에서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로 불리는 '글루탐산' 수용체의 활동을 조절해 신경영양 신호전달을 증가시키고, 시냅스 연결을 회복시켜 빠르게 우울 증상을 개선하게 된다. 

이날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이사장(원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대한민국 우울증 치료의 미충족 요구’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우울증 조기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스프라바토의 출시를 통해 중증 우울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의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먼저 “우울증은 빠른 치료가 중요한데도 국내에서는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받는 비율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약물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는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에게는 좌절과 절망, 공포같은 부정적 감정상태가 심화되는데, 치료 반응이 없는 초기에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를 투여하면 다른 기전으로 빠르게 증상을 개선함으로써 기존 약물 치료보다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프라바토는 치료저항성 우울증 성인 환자 1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 5개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3개의 단기 연구 및 2개의 장기 연구)에서 환자들의 증상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정 한국얀센 의학부 상무는 “단기 임상시험에서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에서 투여 후 24시간 이내에 빠른 치료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 28일째에는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평가척도(MADRS) 총점’이 대조군에 비해 4점 더 감소했고, 52.5%의 관해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 재발 예방 임상시험에서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를 지속적으로 병용 투여한 환자들은 스프라바토를 중단하고 경구용 항우울제만 투여한 환자군보다 우울증상의 재발 가능성이 약 5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 병용 투여 후 해리, 어지러움, 오심, 진정, 두통, 현훈, 미각 이상, 감각 저하, 혈압증가, 불안 및 구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은 경증 또는 중등도 수준으로 대부분 투여 당일에 해소됐지만 보건당국은 환자 안전을 위해 약물 사용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된 의료기관에서 의료전문가의 감독하에 스프라바토를 투여하고, 투여 후 최소 2시간 동안 환자를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스프라바토의 출시로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옵션이 생겼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로선 높은 약값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상열 이사장은 “스프라바토의 출시로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에게 반응하는 새로운 치료옵션이 열려 임상현장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지만 문제는 고가의 약제비와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정신약물에 대해 인색한 심사평가원의 태도”라며 “신체질병은 고가의 약도 잘 허가해 주면서 임상효과가 입증된 정신약물의 건강보험 등재약가는 자꾸 낮추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우울증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중증 우울증인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만도 20만 명 이상이어서 반복적으로 자살 기도를 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실정에 임상 현장의 전문의 입장에서 스프라바토가 하루빨리 건강보험에 등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얀센 관계자도 “스프라바토는 (약값이 상대적으로 싼)다른 일반 경구용 항우울제의 가격과 비교해서 평가받아 국내에서는 비급여로 출시됐는데, 국내 건강보험 약가등재시스템은 치료유용성이 반영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라면서 “임상에서 스프라바토의 치료효과가 입증된 만큼 장기적으로 국내에서 급여등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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