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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만 자면서 일하는 게 꿀팁?···"잠 잘 못자면 죽어요!"
4시간만 자면서 일하는 게 꿀팁?···"잠 잘 못자면 죽어요!"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1.16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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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럽 수면학회 전문의 취득, 이철희 강북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
"환자 더 이해하고자 수면 공부 시작, 전에 안 보연던 수면질환 보이기 시작
권장 수면시간은 8시간···자려고 노력 말고 '스르륵' 잠들어야 가장 좋아"

“남자친구 코골이가 너무 심해요. 저는 아침마다 너무 피곤하고 졸려요.” (30대 여성 A씨)

지난 13일 ‘2020 슬립테크’ 전시회에서 이철희 강북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강북구의사회 총무이사)을 찾아온 연상연하 커플의 고민이다. 이 원장은 이 커플을 위해 상담에 30분 이상 시간을 쏟았다. 이 원장이 내린 진단은 수면주기 장애. A씨는 주말마다 늦게 자고 늦게 깨는 습관이 있었고, 이 때문에 수면주기가 평일에는 뒤로 밀려 평일 내내 피곤함을 느낀 것이었다. 

이철희 원장은 최근 전세계 대표적인 수면학회 중 하나인 유럽 수면학회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새로운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열정을 담아 상담을 해 기필코 잘못된 수면의 원인을 찾아낸다. 해외 전문의까지 취득하며 이토록 열정을 담아 환자들을 상담하는 이유는 수면의학에 재미와 애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3일 슬립테크 전시회에서 환자를 보는 이철희 원장.
13일 슬립테크 전시회에서 환자를 보는 이철희 원장.

이 원장은 “수면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재밌다”며 “저뿐만 아니라 우리 병원 모든 직원들도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자신만의 수면 진단 노하우도 모든 직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이 원장은 “노하우는 나만 알고 있을 때보다 함께 알고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수면 의학의 세컨 웨이브(Second wave)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수면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환자들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 원장은 “이비인후과에는 온갖 질환 환자가 다 온다”며 “처음에는 수면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전부터 한 달에 2~3회 모임을 갖는 ‘수면 관련 서적 북리딩’을 시작했다. 이 원장은 “보아스이비인후과 다른 지점 원장님들과 모임을 시작했는데, 한국은 수면 의학 서적이 많이 없어서 원서들을 공부해야했다”면서 “회식 후 술을 먹고 들어와도 북리딩 모임에서는 봐주지 않고 날카로운 송곳 질문을 마구 하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원장은 “공부를 하니 이전에는 안 보였던 수면질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수면질환에 대한 감별이 되기 시작하면서 기면증인 줄 알았는데 수면주기가 밀려 있는 경우가 파악되는 등 기면증을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건강한 수면이 중요한 이유는 수면 장애가 지속될 경우 많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장기화되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고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뇌졸중 △치매 △울혈성 심부전 △고혈압 △당뇨 △발기부전 △생식기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잠을 못 자면 일단 피곤해서 다음 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여성들의 경우 우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로 시작된다”며 “수면은 건강 유지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관리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수면 장애를 문제로 인식하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이 원장은 이를 인식의 문제로 짚었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한국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데, 유튜브에도 보면 하루에 4시간씩 자며 일하는 법 등을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팁이라며 제시하는 콘텐츠들이 많다”며 “잠을 잘 못자면 죽는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이러한 인식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수면 장애를 해결하기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30대가 질 좋은 수면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권장 수면시간은 8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을 규칙적으로 8시간 이상 자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원장은 “최적의 침대, 베개 높이 등 수면 조건을 나에게 맞게 조절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는 인지행동 치료도 필요하다”며 “잠은 자기 위해 집중해서 노력하면 안 된다. 물 흘러가듯 대충, 스르륵 잠들어야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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