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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가 외과의사답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스템 만들 것"
"외과의사가 외과의사답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스템 만들 것"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11.13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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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우용 신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교수)
"외과 전수조사 통해 실태 파악 후 '외과 정책연구단' 출범할 것
연수생 80%가 외과 찾아···실력은 세계 최고, 삶의 질은 점점 악화"

“외과의사가 외과 의사답게, 외과의사도 인간답게, 국민에게 사랑받고 존중받는 외과의사가 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우용 신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임기 2년간 활동 계획과 관련해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과거 외과는 의대학부 성적 상위권에 속하는 의사들이 지원하던 인기 과였다. 하지만 10년쯤 전부터 만성적인 저수가는 물론, 의료분쟁 강제 조정개시 시행, 수술장 관련 규제 등으로 어느새 외과는 '기피과'로 전락했다. 

게다가 각 과의 영역이 허물어지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외과전문의로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적어지는 것도 외과 기피 현상에 한 몫하고 있다.  

전국 병원의 외과들은 매년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실력 있던 의사들도 수술장을 떠나고 있다. 10~20년 후엔 외과전문의 수가 부족해 국민들이 제대로 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우용 이사장은 “외과의들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2년 동안 빠르게, 서두르지 않고 단기와 중장기 과제로 나눠 하나하나 해결해 외과의사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대한민국 외과 전수 조사를 통해 외과의 실태를 파악한 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젊은 외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외과 정책연구단'을 출범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외과의사의 삶의 질 향상과 외과 관련 정책개발, 외과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보험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을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 외과의사의 실력은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로 연수를 오는 의료진의 약 80%가 외과로 오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외과가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를 둘러싼 의료환경, 특히 외과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며 "실력은 세계 최고인 반면, 처우와 삶의 질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대학병원 소아외과 교수로 일했던 A씨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3년 내내 당직근무를 서야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수가가 낮고 환자까지 적은 과다 보니, 열심히 일을 해도 수익이 적어 힘들어 하다 결국 한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소아외과 의사가 요양병원으로 가고, 피부과에서 점을 빼는 것이 정상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낮은 수가와 불합리한 보험제도로 인해 외과의사의 절반가량이 메스를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외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외과의 현실적인 문제를 알아보는 동시에 데이터를 갖춰 '맞춤형 정책'을 준비한 뒤 정부를 설득해 정책과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빅5병원을 중심으로 부교수 이상으로 약 50여명의 연구단을 구성, 정부 관련부처들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전문가는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우선 내년 외과학회를 통해 외과의 실태를 파악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와 비교해 외과의사들의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며 "삶의 질은 낮아졌고, 심지어 제대로 진료·치료했는데도 구속까지 되는 과가 됐다"고 일갈했다. 이어 "후배 의사들에게 사명감만으로 희생하라 할 수 없다"며 "외과의사가 365일 당직을 서는 과가 아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10년에 걸쳐 제도를 고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이사장은 중장기 계획으로 외과계입원전담전문의제도 확립과 함께 중환자외상외과, 급성환자수술(acute care surgery) 등 새로운 분야의 개발·정착, 필수의료로서 외과의 확고한 위상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그는 “환자 안전은 물론, 의료 질 향상과 효율성 증진을 위해 외과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현재 빅5병원을 포함한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며 “수술을 하는 집도의가 환자 옆에 상주할 수 없는 부분을 입원전담전문의가 담당해 전문적인 수술전·후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외과의사들의 삶에 한층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중환자외상외과도 마찬가지로, 중환자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는 의료진이 환자의 내·외과적인 상황을 바로 파악한 뒤 처치·케어 할 수 있다면 환자는 물론 외과의사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학회가 나서서 시스템을 만들고 홍보해 다른 병원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 전공의 3년제 정착과 교육 내실화 및 분과전문의 제도 개선 역시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또한 개원가에서 부총무를 발탁해 ‘개원가’의 목소리를 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외과가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20년도 넘은 것 같은데 바뀐 건 별로 없다. 외과는 수술하면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하지만 수가를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외과 수가를 '정상화'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외침”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외과의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 속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추진하려는 사업에 대한 기본 계획안이 나오면 전국 의료기관을 돌면서 회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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