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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원장님이 알아두어야 할 노무 이슈
코로나 시대에 원장님이 알아두어야 할 노무 이슈
  • 전성훈
  • 승인 2020.11.10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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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100)
전 성 훈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우리는 시대를 구분할 때 흔히 기원전은 BC, 기원후는 AD라고 표기한다. 그 의미는 Before Christ(예수 탄생 이전), Anno Domini(주님의 해)이다. 주님이 오신 ‘첫해’이기에, 기원후 ‘0년’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특정종교의 색채가 강하기에,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해당 종교인이 아닌 사람들을 소외하지 않는 공정한 방송을 위해’ 10년 전부터 BCE(Before Common Era: 공동연대 이전)/CE(공동연대)라고 사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국공립학교에서도 ‘종교중립성’을 위해 BCE/CE를 BC/AD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영국과 미국의 종교원리주의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변화를 알고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와 반발은 이제 ‘흘러간 노래’가 될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BC/AD의 정의가 새로 내려질 것 같기 때문이다. Before Corona, After Disease로 말이다.
 
11월 초까지 전세계에서 5,000여만 명이 감염되고 그 중 125만여 명이 사망했음에도, 비말로 감염되는 탁월한 전염력과 사람들을 방심시키는 적절한(?) 사망률을 가진 이 지능적 질병의 기세는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비록, 자신들이 익숙한 생활패턴에 필요 이상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러면서 ‘익숙한 일상을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는 다소 덜 떨어진 ‘선진국’의 국민들도 있지만(그리고 그들은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나라의 국민들은 올해가 ‘신(新) AD 1년’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신 AD 1년을 맞아 수없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전통적 근로형태의 변화이다. 직원의 정시출퇴근을 성실성의 제1척도로 평가하고, 재택근무에 대해 ‘집에서 무슨 일을 해? 노는 거지’라고 잘라 말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재택근무, 비대면근무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거의 없어졌다. 심지어 재택근무, 비대면근무가 사무실근무에 비해 업무효율면에서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거나 오히려 더 높기도 하다는 예상외의 결과를 받아들자, 비용 절감과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근로에 있어서도 신 AD 1년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의 근로관계는 여전히 Before Corona 시대에서 큰 변화가 없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는 진찰과 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의 본질상,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과거와 같이 ‘출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는 바야흐로 신 AD 1년 아닌가. 여러 노무 이슈들에 대해 기존의 논의들이 지금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생겼고, 이는 의료기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원장님이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노무 이슈를 세 가지 사례로 확인해 보자.
 
첫째 유급휴가이다. 간호조무사 A는 퇴근 후 이태원 클럽에 놀러갔다가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법’)에 따라 자가격리되어 며칠간 B의원에 출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A는 B의원에 ‘법에 따라 자가격리된 것이므로, 유급휴가로 처리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원장님의 대처는?
 
유급휴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 법상 이는 사업주의 재량이다. 다만 ①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이러한 경우 유급휴가를 주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거나, ②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주어야 한다. 이를 어기는 경우 A가 관할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둘째 휴업수당이다. C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중 C의원에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까지 언론에 보도되어 매출이 평소의 1/4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이 수개월간 지속되자, C의원은 버티지 못하고 일정기간 휴업을 결정했다. 그러자 직원 D는 C의원에 ‘휴업기간 동안 휴업수당을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원장님의 대처는?
 
휴업수당을 주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그 휴업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사용자의 귀책사유”는 경영상 어려움 등을 포함하여 보다 넓게 해석된다. 즉 코로나19 때문이라 하더라도, 의원 운영이 잘 되지 않아 휴업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보지 않는다.
 
다만 경영상 어려움이 극심하여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면,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휴업수당을 감액받을 수도 있다. 실제 2017년 이른바 ‘사드 사태’ 때 중국 전담 여행사의 휴업에 따른 휴업수당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전액’ 감액한 사례도 있다.
 
셋째 휴가시기 지정이다. E의원은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확진자는 아니지만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음이 확인된 물리치료사 F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것이 확인된 간호조무사 G에게 ‘다음주 1주일간은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출근하지 마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F와 G는 ‘연차휴가는 다른 때에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그냥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원장님의 대처는?
 
F와 G에게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휴가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즉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선제적으로 ‘이 때 휴가를 가라’고 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이제는 고인이 된 삼성그룹의 총수 이건희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에게 전화위복(轉禍爲福, 화를 뒤집어 복으로 만든다),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는다)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과제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피할 수 없는 ‘신 AD 1년’을 맞아 우리는 위기를 또 하나의 변화의 계기로 삼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결국은 극복해 낼 것이다. 우리가 이제야 깨달았지만, 우리는 그럴 만한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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