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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고 보건복지위만 지원하면 안돼"···서울시醫 대의원회 2020년 세미나 개최
"의사라고 보건복지위만 지원하면 안돼"···서울시醫 대의원회 2020년 세미나 개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11.06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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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시의사회관 대강당서 박인숙 전 의원·주경철 교수 강연자로 나서
김교웅 의장 "'여명이 트기 전, 어둠이 인생'···어려운 상황서 함께 행동하자"
박인숙 전 의원

서울특별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 김교웅)는 5일 서울 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 대강당에서 ‘2020년 서울특별시의사회 대의원회 주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의사 출신으로서 재선 의원을 지내며 의료계와 호흡해온 박인숙 전 의원이 연자로 나서 본인의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인의 정계 진출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 회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행사의 호스트인 김교웅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먼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어수선한 의료계 분위기를 언급하며 “'여명이 트기 전, 어둠이 인생'이라는 말이 있는데, '조금만 참으면 좋아진다'는 뜻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계도 함께 행동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의료계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부 회원들은) 의협 회장에 대한 실망도 큰 상태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거나 회장이 바뀐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의료계가 하나로 힘을 합쳐야 의료계가 원하는 의료환경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개원의들은 ‘파업을 하더라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라는 인식으로 잘 모이지 않는 반면, 전공의들은 바쁜 병원 생활 속에서도 모두가 하나가 돼 파업을 이끌어 냈다”며 “정말 필요한 시기에 함께 해야 차기 의협 회장도 힘들지 않고, 회원들도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계의 단결과 단합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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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웅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도 축사를 통해 “정치가 잘 되면 ‘국민’이 편하다는 말처럼, 의료계도 내부 정치가 편하면 의사들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며 현 의료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이어 이날의 강연자인 박인숙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연단에 섰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감행해 의료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국회를 떠난 뒤 모처럼 친정인 의료계 모임에 참석한 박 전 의원은 다소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 출신으로 서울 송파갑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의원은 이날 ‘지난 8년간의 의정활동’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8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최고 보람으로 느꼈던 점으로 '다양한 상임위를 경험한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 "의사 출신 의원들이 국회 모든 위원회에 포진해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전 의원은 의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외에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행정안전위, 여성가족위, 문화체육관광위 등 다양한 상임위에서 활동했다. 

박 전 의원은 "19대 국회 당시 의사 출신 의원이 많았고 대부분 보건복지위로 들어갔다"며 "이에 반해 저는 의학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의대·한의대 통폐합 문제 등을 중요하게 생각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의료계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유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지방병원 문제와 경찰병원, 보건소 문제 등의 해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특히 박 전 의원은 의료계의 현실이 입법에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선 더 많은 의사 출신 정치인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 출신이라고 보건복지위원으로만 지원하면 안 된다"면서 "의료는 우리 사회 곳곳은 물론 모든 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젊은 의사들이 시의원부터 도전해 의사 출신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의사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 중간중간 박 전 의원은 최근 '의사 괴롭히기'에 나선 듯한 정부와 국회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의사면허는 동네북"이라며 "무슨 일만 있으면 의사들만 때려 잡으려 하는데 완전히 마녀사냥"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료를 살리려면 의료를 멈춰야 한다'는 말이 맞다"며 "지금은 이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의정활동에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그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의료정책이나 법안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공천을 받기 위해 지도부에 잘 보이거나 표를 얻기 위해 지역구를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었다"며 "더 많은 공부와 법안 발의로 국민들과 의료계에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국회 활동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임기가 끝났다"면서 "시험을 한 번 더 보면 더 잘 볼 것 같은 느낌"이라며 아쉬워했다.

박 전 의원의 강연이 끝난 뒤엔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가 ‘루이 14세 시대의 건강과 위생’을 주제로 강연했다. 주 교수는 학자로서 다수의 대중서적을 발간하고 주요 일간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등 국내 사학계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 필자다. 이날 세미나는 오후 9시30분쯤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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