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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소아 환자 가족에게도 휴식을···35살 서울대어린이병원의 변신
중증소아 환자 가족에게도 휴식을···35살 서울대어린이병원의 변신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11.06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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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국내 최초 중증소아 단기 보호시설 설립, 가족없이 24시간 간병
개원 35주년 맞아 변신 예고···1·2인실 위주로 병상 개편, 간호간병서비스 도입
매년 125억 적자···김한석 원장 "공공적인 어린이 치료,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개원 35주년을 맞아 ‘소아의료 100년’을 선도하기 위한 대대적인 변신에 나선다. 

'비전 2035'를 선포한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현재 6~7인실로 구성된 병상을 1~2인실 중심으로 개편하고, 국내 최초로 '어린이병원형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갖춰 선진적인 입원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김한석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증희귀난치질환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하려면 병원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1985년 개원한 병원이다보니 병상이 대부분 6~7인실로 1~2인실이 거의 없다"며 "중증·희귀질환 어린이환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치의 개념이 없어지고 있는 의료환경에서 보호자를 위한 공간은 물론, 공동화장실을 써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린이병원은 현재 의료환경과 맞지 않는 6~7인실을 폐지하는 대신 1~2인실을 50%이상 확보해 쾌적한 입원 한경을 갖춰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환자·보호자 휴게시설과 가족 상담실 등을 확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병원은 2025년까지 사업비 250억원을 투입해 7개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1개 병동을 증설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1~2인실 증가로 환자와 보호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병동당 34병상을 26병상으로 변경해 환자 간의 밀집도를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4시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보호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기 위한 조치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수가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김 원장은 “소아환자는 성인환자에 비해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만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간호사당 환자수 1대4 수준(성인 간호간병서비스는 보통 1대 10)으로 운영된다”며 “이를 위해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보육교사, 심리치료사 등 비의료인도 추가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필요한 의료서비스 또한 변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미숙아나 소아암 등 희귀·중증질환 증가로 소아진료의 질적 변화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 대유행 시대에 어린이를 위한 시스템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이를 위한 변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2022년까지 '중증소아 단기 돌봄센터(가칭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이 센터는 뇌병변 장애 등으로 인공호흡기 등 기계에 의존해 가정에서 간병·보육 중인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가족들에게 단기 휴식과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국내 최초 단기 보호시설’이다. 

16병상을 갖춘 센터에는 기계에 의존해 재택 간병 중인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1회 6일, 연간 14일까지 단기 입원할 수 있다. 보호자 없이 24시간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병원은 또 2035년까지 소아수술장을 확장하고 중환자실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수술방과 CT 등의 확충과 함께 소아중환자실 전 병실을 격리화하고, 심장·뇌 전문 소아중환자 전문의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협진·다학제 진료를 활성화하고 준중환자 집중 모니터링, 고난이도 처치 수행은 물론,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간에 유기적으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또한 감염·호흡기 등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를 위한 전용 병동을 만들고,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 대비해 소아 전용 음압 격리병상 20병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같은 구상이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도 매년 125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만들어 추진하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어린이 치료는 공공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도립·국립병원의 25~30%가 공적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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