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브라이드 시대 저무나···法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으로 통일해야"
맥브라이드 시대 저무나···法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으로 통일해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1.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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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후유장애 의료소송 배상판결서 새 기준 제시
"국내에 맞는 기준 있는데, 왜 낡은 맥브라이드 붙들고 있나"

의료 손해배상 소송에서 책임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대한의학회의 ‘장애평가기준’을 통일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으로 대한의학회의 장애평가기준이 지난 60년간 국내 의료 소송의 시금석 역할을 해왔던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대체할 것인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요추 수술을 받은 뒤 후유장애를 겪게 된 환자가 의료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한의학회의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해 6800여 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013년 환자 A씨는 의사 B씨에게 경막외 내시경하 신경감압술(국소마취 후 경막의 앞으로 들어가서 카테타를 경막외로 투여해 영상증폭장치를 보며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과 요추5번-천추1번 부위에 감압술 및 수핵 제거술을 받았다. 두 차례 수술 후 A씨는 통증은 줄어들었지만 족관절 근육이 약해져 결국 '족하수'(신경손상 등으로 근육이 약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에 이르게 됐다. 이 때문에 A씨는 왼쪽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주 넘어졌고 보조기를 발목에 착용해야만 했다. 

법원은 A씨를 수술한 의사 B씨와 B씨가 근무하는 병원을 운영하는 C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B씨가 첫 번째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신경근을 과도하게 견인, 압박하거나 신경근을 손상시켜 A씨에 족하수라는 후유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서 “B씨는 직접 불법행위자로서, C씨는 B의 사용자로서 공동으로 원고에게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대한의학회의 장애평가기준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특히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이제부터라도 통일 기준으로 삼아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손해배상을 산정할 때는 실무적으로 지난 1963년 발간된 맥브라이드 평가표 개정6판을 기준으로 삼았다. 맥브라이드 평가표에 없는 장애 항목의 경우에는 일관된 기준 없이 미국의학협회 기준이나 대한의학회의 장애평가 기준을 상황에 따라 적용해왔다.

법원은 “대한의학회 주관으로 2013년 정형외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등이 공동으로 개정 작업을 진행했고 2016년 개정판인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과 활용’이 발간됐다”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마련된 지금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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