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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갈수록 부족한 혈액···"수혈 자료 전산화부터 해야"
[기획] 갈수록 부족한 혈액···"수혈 자료 전산화부터 해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1.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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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대란이 다가온다' ③]
똑같은 슬관절치환술 수술하면서 수혈률은 미국 8% VS 한국 62%
미국도 과거 공급 중심···전문가들, '환자 핼액관리'로 정책전환 제안
"SABM 설립자들은 환자 혈액관리(PBM)가 치료의 기준이 되어야 하며, 그 대안으로 수혈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SABM은 최적의 혈액 관리를 통해 환자 결과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사진=SABM 홈페이지 캡처)
"SABM 설립자들은 환자 혈액관리(PBM)가 치료의 기준이 되어야 하며, 그 대안으로 수혈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SABM은 최적의 혈액 관리를 통해 환자 결과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사진=SABM 홈페이지 캡처)

슬관절치환술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 관절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똑같은 슬관절치환술을 받아도 미국에서 수술하면 수혈률이 8%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혈률이 62.1%(2015년 기준)까지 올라간다. 같은 수술을 하면서 수혈을 받는 비율이 8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인해 국내 헌혈자 수와 헌혈량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수혈은 감염을 비롯한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수혈량을 줄이는 것이 환자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이로운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혈액이 부족해지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혈 관리’에 초점을 둔 ‘환자 혈액관리(PBM)’로의 정책 전환을 오래 전부터 제안해오고 있다.

김태엽 건대병원 마취과 교수(환자혈액관리학회 연구 이사)는 “미국도 십 수년 전에 슬관절 수혈률의 기관별 격차와 변이가 매우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엔 미국도 현재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혈액은행’에서 혈액을 관리하는 '공급' 중심이었다. 그러나 2001년 ‘혈액관리증진협회(SABM, the society for the adavanced of blood management)가 설립되면서 미국은 '환자 중심 혈액관리(PBM)'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환자 중심 혈액관리는 수혈과 출혈을 최소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김태엽 교수는 “지금은 거의 모든 의료기관이 슬관절치환술 환자에서 수혈을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PBM 도입의 모범국가로 꼽힌다. 인구 1000명당 혈액 사용량을 2013년 33단위에서 2017년 27단위로 줄였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가적 관심과 발 빠른 조직 개편이 있었다.

혈액사업 지출비용이 급격히 증가하자 호주 정부는 지난 2014년 보건부 내 법정기구로 NBA(국립혈액기구)를 설립했다. NBA는 혈액의 적정 사용량을 관리하고 혈액 폐기율 감소를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PBM 도입 체계를 다졌다.

김태엽 이사는 “호주의 사례는 상당히 체계화된 시스템과 강력한 피드백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 개선을 위한 피드백이 가능하려면 수혈 관련 자료의 전산화와 공공 취합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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