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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쇼통'으로 끝난 보건복지위 국감, 국민이 헷갈려야 희망이 있다
[칼럼] '쇼통'으로 끝난 보건복지위 국감, 국민이 헷갈려야 희망이 있다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0.26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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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료계 총파업으로 관심 받고도 이슈 공론화 실패
호통치기식 쇼통으론 한계, 정파 넘어 사회의 치부 드러내야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 22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연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여름에는 의료계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해 총파업에 나서는 등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보건복지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전국민적 관심을 반영한 듯 제1야당의 원내대표도 보건복지위로 자신의 상임위를 옮겼다. 

이처럼 핫한 여론을 등에 업고 시작했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장 국회방송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생중계 다시보기 동영상의 1건당 평균 조회수는 1.6만 뷰(view)로, 복지위는 동영상은 건수는 가장 많았지만 조회수 순위는 4위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주요 이슈를 공론화하는 데 실패한 보건복지위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의제들이 많았던 만큼, 애초 국감의 취지대로 의원들이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에 대해 진실을 파헤치고 적체된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면 자연스럽게 국민적 관심은 복지위로 쏠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복지위 국감은 언제부턴가 ‘견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혼내기’로 변질된 국감의 구태를 벗지 못한 모습이었다. A 의원의 경우 질의를 해놓고서 증인으로 하여금 ‘4글자’ 이하로만 답변하도록 했다. A 의원은 유통과정에서 독감 백신을 상온에 노출시킨 신성약품 대표를 상대로 수송 용기로 사용한 종이박스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는데, 막상 이 대표가 답변을 시작하자 계속해서 말을 잘라 국민들이 들을 수 있었던 신성약품 대표의 답변은 “냉장차로..” “냉장차..” “제약회사..”처럼 의미없는 명사의 나열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를 호통치며 발언 시간을 자기 홍보 수단으로 삼는 구태 또한 여전했다. 

B 의원은 앞선 의원들 질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독감 백신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자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괜찮다, 백신 맞아라’ 이게 말이 되냐!”고 소리쳤고, 발언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지자 위원장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하더니 여전히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되는 거 아니에요!”라며 알맹이 없는 호통을 이어갔다.

정치에서 여론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힘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행태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뿐, 관심 어린 시선을 끌기는 어렵다. 

그래도 일부 의원들의 남다른 행동에서 일말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국감 마지막 날,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일부 의원들이 정파를 넘어 송곳 질의를 이어간 점을 짚었다. 김 위원장은 “강기윤 의원님 말씀하는 내용을 듣고 여당 의원이 말하는 건가 싶어 헷갈렸고, 김원이 의원님은 ‘정부가 잘하고 있는 거냐’고 지적하셔서 야당 의원인가 헷갈렸다”며 “정파를 넘어선 감사의 시간으로 즐거운 헷갈림이었다”고 말했다.

국감은 끝났다. 하지만 국민의 감시자로서 국회의 역할은 계속된다.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보여주기식 '쇼통'에 머물지 않고 정파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의 치부를 파헤쳐주기를 기대해본다. 김민석 위원장이 헷갈릴 수록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신뢰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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