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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감] 제약사, 약가인하 적용 늦추려 '묻지마' 소송
[2020 국감] 제약사, 약가인하 적용 늦추려 '묻지마' 소송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0.14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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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서 행정소송 악용 관례 지적···이로 인한 최근 3년간 건보손실액 1500억
복지부, '콜린알포' 관련 "소송기간 지연으로 인한 '부당이익' 환수절차 마련할 것"

제약사들이 정부가 결정한 약가 인하 적용을 유예하기 위해 ‘묻지마’식 소송 제기에 나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서울 도봉갑)은 “일부 제약사들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통해, 정부의 정당한 약가인하를 지연시켜 기업의 이익을 챙기고 건보 재정에는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약가 제도상 건강보험 급여 등재 오리지널 품목의 특허기간이 만료되거나 허가사항이 변경되는 등 재평가 요인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약가를 조정하거나 인하하게 된다. 그러나 제약사가 이 결정의 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이 인용할 경우,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는 약가가 인하되지 않고 기존 보험급여액대로 지급되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1심 이상 종결된 8건의 판결 결과는 모두 보건복지부가 승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패소할 것이 예상되어도 소송 기간 동안만이라도 약가 인하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소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익도 그만큼 더 늘어나는 것이다.

인재근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약가 조정 및 재평가 관련 소송 현황’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발생한 소송 지연 추정 건수와 액수는 2018년 3건 1222억 원, 2019년 7건 265억 원, 2020년 7월 기준 7건 5500억 원으로 총 17건의 지연 추정액은 약 1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근 의원(사진제공=뉴스1)
인재근 의원(사진제공=뉴스1)

소송 유형을 살펴보면, 제네릭 등재에 따른 최초 등재 제품 직권조정이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1회용 점안제 재평가 약가 인하 2건, 콜린알포세레이트성분 재평가 선별급여 전환 2건, 제네릭 추가 등재 가산 종료 약가 인하 1건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2018년 3월 한국노바티스는 ‘마이폴틱장용정 2품목’에 대해 ‘제네릭 등재에 따른 최초 등재 제품 직권조정’ 소송을 제기해 1심은 복지부가 승소했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집행정지기간 급여 총액은 343억 원이고 약가 인하 지연 추정액은 100억 원에 이른다.

또 지난 2018년 8월 국제약품 등 21개사는 ‘1회용 점안제 299품목’에 대해 ‘1회용 점안제 재평가 약가 인하’소송을 제기했는데, 1·2심은 복지부가 승소했고,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집행정지기간 급여 총액은 3392억 원이고 약가 인하 지연 추정액은 100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인재근 의원은 “행정소송이나 약가 인하 처분 집행정지 등이 결과적으로 제약사의 배만 불리는 요식행위로 전락해 건보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며 그 피해는 성실히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목적의 정당성이 없는 ‘시간끌기용, 돈벌이용’ 소송에 대해서는 향후 구상권 청구나 패널티를 부여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약가 인하가 결정된 품목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약가 인하 기간을 지속시키는 제약사들의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급기야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송 기간 동안 약가 인하가 적용되지 않아 발생한 급여비용과 제약사의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진행된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정심에서 내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급여 축소 결정에 이 제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인용함으로써 약가 인하가 진행된 것이 부당하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복지부에 요청했다. 또 이와 관련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이날 이동근 국장도 “제약사들은 승소 가능성이 없음에도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이용해 하루에도 수십억 원의 이익을 보고 있는데, 이는 소송을 제기해도 별다른 위험이나 손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제약사들이 급여 삭제나 축소 처분을 무리해서 지연시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법원이 복지부의 콜린알포 급여 축소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점이 매우 아쉽다. 본안 소송에서는 이 제제의 약효가 미흡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이 제제를 (급여 축소가 아닌) 급여 삭제가 되도록 하겠다”며 특히 “소송을 통해 급여 축소 집행 시점을 연장하는 것은 ‘부당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환수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 강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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