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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감] 계약서도 없이 공적마스크 공급 지시···재고 쌓여가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2020 국감] 계약서도 없이 공적마스크 공급 지시···재고 쌓여가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0.16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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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고시에 구체적 수량 명시 안해 업체들이 나는 물량 떠안아
5월 마스크 재고 1.2억장···관리 부재로 마스크업체 우후죽순 증가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올해 초 마스크 대란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조달해 공급하는 과정에서 마스크 공급업체와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마스크 공급 수량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최초 계약 당시 특혜 논란을 빚었던 업체들은 한때 재고가 1억장 이상 쌓이는 등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 마스크 생산업체 중 한 곳인 지오영의 김진태씨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식약처로부터 공적판매처 지정을 “통보받았다”며 “계약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같은 답변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이의경 식약처장에게도 “계약서가 있느냐”고 묻자 이 처장은 “계약은 조달청에서 관여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조달청은 계약을 대행해주는 기관일 뿐”이라며 “식약처 고시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급 조절은 식약처에서 한다”며 “식약처에서는 직접 (생산량 조절) 지시도 할 수 있다. 수급조절을 위한 협의를 했는지는 저희는 모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와 조달청 모두 ‘자기 탓이 아니다’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식약처가 지난 3월 발표한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 중 일부 캡처.
식약처가 지난 3월 발표한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 중 일부 캡처.

공적 마스크 공급의 근거가 되는 식약처의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는 지난 3월6일에 나왔다. 고시 4조 1항에 따르면 “마스크 생산업자는 당일 생산량의 80% 이상을 출고하기 위한 계약을 정부와 체결하고 생산일부터 2일 이내에 계약내용에 따라 출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생산 수량’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애초 정부가 긴급수급조치를 발표할 때부터 업체들에 책임을 전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가 생산한 마스크 수량 중 공적 마스크로 판매해야 하는 ‘비율’을 80%로 규정하고 있을 뿐 생산총량은 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게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김미애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법률’에 따르면 계약서는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공적 마스크는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며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계약이라면 수량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마스크 수급은 당시 급해서 그런지 이 부분(수량)이 없었다. 그래서 업체들은 마스크를 계속해서 생산했고 결국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처 나라장터 캡처.
조달처 나라장터 캡처.

이러한 점은 최근 상온 노출로 논란이 된 ‘백신’ 수급 과정과 비교해봐도 확연히 다르다.

국가 백신 접종자 수는 매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조달청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계약 공고로 올린 ‘물품 구매 특수조건’ 규격서를 보면 “13세-18세 어린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사용되는 물량(2340980 도즈)” “62세 이상 어르신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사용되는 물량(8953240 도즈)” 등 업체가 납품해야 할 정확한 수량이 명시돼있다.

조달청 나라장터 캡처.
지난 8월 조달청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계약 공고로 올린 ‘물품 구매 특수조건’ 규격서.

이같은 부분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본지에 “백신은 수요가 정해져 있지만 마스크는 당시 정확한 수요가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생산량과 국민 수요는 식약처가 동향 파악을 하는 것이고 저희는 계약을 해준 것일뿐”이라고 식약처의 책임을 강조했다. 또 다른 조달청 관계자는 “규격서는 수요기관(마스크의 경우 식약처)이 작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애 의원은 국감에서 “지난 5월 마스크 재고 수량이 1억2000만장이었고 지금 재고가 3300만장이라는 것은 식약처가 수급 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생산업체가 120여 개였는데 10월 기준 500여 개로 늘었다. 관리를 안 하니 생산업체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의경 식약처장은 “지난 3월 온 국민이 마스크 대란으로 어려울 때 정부가 5부제를 도입해서 국민들이 원활하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됐다”며 “그건 저희가 매우 애를 쓴 업적”이라며 오히려 식약처의 치적을 강조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양지가 있으면 음지를 없애는 노력도 해야 한다는 겁니다!”라고 소리쳤고 이의경 처장은 그제야 “검토해서 마스크 재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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