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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감] "폐기하라" VS "나부터 맞겠다"···국감장 달군 독감 백신 공방
[2020 국감] "폐기하라" VS "나부터 맞겠다"···국감장 달군 독감 백신 공방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0.07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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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들 문제된 백신 접종 자처하며 정부발표 옹호하자
야당 의원들 "수류탄 머리 위에 놓고 자라는 거냐"며 반발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에 대해 정부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문제의 백신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여당 의원들은 “정치적 공세를 중단하라”며 방어태세에 나섰다. 

특히 일부 여당 의원들은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너도나도 “내가 먼저 접종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백신 안전성 검사 과정에 대해 질의하며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청장은 강 의원의 질의에 “(문제의 백신은) 가혹한 조건을 걸어서 25℃와 37℃에서 12시간, 24시간 노출시켜 검사를 했다”며 “대부분 통과했고 2개 품목에서 미진한 부분이 발견됐지만, 37℃라는 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고 어느 정도의 극한을 유지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의원은 “정부가 더 가혹한 조건에서 시험한 결과를 못 믿겠다고 흔들면 국민들은 대체 누굴 믿겠느냐”며 “더 이상 여야가 국감에서 백신 안전성 시비를 벌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도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기본으로 하지 않고 백신을 전량 폐기하자고 하는 것은 국민의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이 정은경 청장에게 “전량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청장은 “품질에 우려가 있는 일정 부분은 수거해서 폐기했기에 접종이 이뤄지는 백신엔 문제가 없다. 국민들께 최대한 설명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 의원은 “접종할 기회를 주신다면 문제됐던 백신을 감사히 맞겠다”고 말했다. 신 의원에 이어 허종식 민주당 의원도 “상온 노출 백신을 맞을 사람이 없으면 저도 맞겠다”고 말했다. 

야당도 잠자코만 있지 않았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야당 간사)은 이날 오후 질의가 모두 끝나자마자 갑자기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고 나섰다.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를 앞둔 상황이었다.

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정부당국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수류탄에 안전핀 꽂아놓고 머리 위에 놓고 자라는 겁니까”라고 외쳤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이 “의사진행 발언이냐”고 묻자 강 의원은 대답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즈음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로 의원들이 자리에서 하나둘 일어섰다. 그때 강기윤 의원이 "이러면 안 되는 거에요!"라고 외쳤고, 강 의원의 고성에 발걸음을 옮기려던 여당 의원들도 멈춰 섰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강 의원에게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며 공방에 가세했고, 강기윤 의원도 “국민의 건강을 그렇게 접근하면 안돼요!”라고 소리쳤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조짐을 보이자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강기윤 의원이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가 어깨를 다독이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곧바로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국민들이 불안해하니까 조사를 한 거 아니냐”며 “그래서 결론이 났으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기윤 의원은 “430억만 들이면 이상 없는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서 국민들에 제공할 수 있다”며 “8조 (규모의) 4차 추경을 하면서 430억이 그렇게 아깝느냐”고 맞받았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결국) 예산 낭비 소리하실 거 아니냐”고 하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안 합니다”라고 했다. 

결국 김성주 의원이 ‘그만 가자’며 강기윤 의원을 달랜 끝에 의원들은 회의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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