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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의 '핸들 키' 역할하며 수평적인 조직 만들 것"
"대전협의 '핸들 키' 역할하며 수평적인 조직 만들 것"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9.28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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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회장 출마자 인터뷰] 부회장 출신 기호1번 김진현 후보

“속도보다는 바른 방향, 엑셀보다는 ‘핸들 키’ 역할을 하겠습니다.”

24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진현 후보자(기호 1번)는 어떤 회장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4일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1층의 한 카페에서 김 후보는 ‘회진을 돌다 왔다’며 하얀 가운에 구겨진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급하게 온 모양새였지만 김 후보는 자리에 앉자 마자 눈빛이 변했다. 전공의 김진현에서 기호 1번 김진현 ‘후보’로 금세 탈바꿈했다.

24일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김진현 후보.
24일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김진현 후보.

Q. 바쁜 전공의 업무 중에 선거 준비가 힘들지 않나

바쁘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대전협에서 2018년부터 일해왔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병원 근무를 하다가도 스위치(switch)가 잘 된다. 1년차 때부터 대전협에서 일했었다. 레지던트로서 일하다가도 대전협 일도 했었다. 이제 익숙해지고 어떤 상황에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가 체득이 된 상태다.

Q.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단체행동을 하기 전인 지난 6월에 박지현 회장과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다. ‘내가 2년 넘게 전공의 수련과 전공의 보호에 대해 시간을 많이 투자했는데,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전공의의 미래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회장이라는 자리는 본인 수련시간을 포기하면서 봉사해야하는 자리다. 당시 바꿔보고 싶은 것들과 저만의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서 그때 먼저 결심하게 됐다.

Q. 어떤 부분을 바꿔보고 싶었나

파업 전후로 조금 바뀌긴 했지만, 처음에는 전공의 교육에 대한 부분이었다. 전공의법은 전공의의 근로자성을 보호한다. 하지만 전공의는 근로자인 동시에 피교육자로서의 지위도 있다. 피교육자로서의 지위는 사실 거의 무시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값싼 전공의를 고용해 이득을 볼 수 있어서 전공의를 원하지만, 미국은 전공의를 제대로 수련시키면 병원에 지원을 해준다. 미국과 같은 구조라면 인력 풀도 늘어나게 되고 장기적으로도 국가 건강 수준을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첫 번째 공약이 ‘전공의 노조 설립’이던데

8월 단체행동 이후로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는 데 있어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문제에 있어서도 의대생이 시험을 못 보면 인턴이 무조건 줄게 돼 있고, 결국 레지던트들의 로딩이 늘어난다. 전공의 근로환경도 안 좋아지고 환자에게도 안 좋다. 노조가 생긴다면 의대생들이 보호받지 못할 때 강하게 얘기할 수 있고 합법적으로 단체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Q. 지금까지는 왜 전공의 노조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나

노조가 있긴 했지만 그 역할을 거의 대전협이 대신했다. 대전협에서 모든 역할을 다하면 편리할 수는 있지만 전문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노조는 투쟁에 있어서 전문화된 단체가 되는 방식으로 기능을 분리하고자 한다.

Q. 대한의사협회의 지배구조를 개혁한다는 공약도 있다

9월 4일에 ‘그 일’이 있었다. 최대집 회장이 독단적인 합의를 했다. 당시 협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의협 내부에서 의사결정 구조가 비효율적이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의협 집행부끼리만 뭉쳐서 다양한 의견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이대로 뒀다가는 같은 문제가 또 반복될 것이다. 전공의도 의협의 구성원이고 1만6000명이라는 규모는 전체 의사의 10%도 넘는다. 구조적인 변화를 당연히 요구할 것이고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Q. 의-정 합의 당시 어떤 역할을 했었나

단체행동 과정에서 실무 최전선에서 정부와 국회, 의료계, 의대생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 역할을 했다. 이 정보를 혼자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전협 집행부와 일선 전공의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파업을 중단이 아니라 유보하고, 장기전으로 돌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대악’ 정책들은 이번 정부에서 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이라 판단했다. 이번에만 막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떄문에,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단체행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은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Q.정책공약집을 보니 상대 후보에게 편지를 쓰셨더라. 왜 쓴 건가

누가 회장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1만6000명이 비슷한 컨센서스를 공유하고, 단합하는 게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좋지만 악화돼서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치는 건 어쨌든 전공의 사회에 안 좋다. 정부나 국회와 같이 외부에서 봤을 때 전공의 사회가 분열됐다고 보여지는 것도 좋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함께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투쟁 전문가로서 역할을 부탁 드리고 싶다.

Q.마지막 질문이다. 박지현의 대전협보다 김진현의 대전협은 무엇이 더 나을까

(깊게 고민하더니) 회장이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진행하면 빨리 진행될 수 있지만 잘못된 길로 빠질 수도 있다. 지난 단체행동에서 제가 했던 역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핸들 키’의 역할을 할 것이다. 노조라든지 감사 기구에 권한을 부여해서 이 기구로부터 받은 의견들이 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대전협을 보다 수평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 같고, 실제로 많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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