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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2주 늦춰진 독감백신 접종시기···'골든타임' 놓칠라
졸지에 2주 늦춰진 독감백신 접종시기···'골든타임' 놓칠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9.2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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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로나 맞아 '트윈데믹' 우려에 "올해엔 9월이 접종 적기" 강조
전문가들 "피크 감안시 늦춰진 게 나아"···문제는 백신에 대한 불신 확산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거리를 둔 채 줄 서 있다.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거리를 둔 채 줄 서 있다.

정부가 코로나19와 독감이 겹치는 ‘트윈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올해 무료 독감 접종 시기를 앞당기며 대비에 나섰지만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문제가 된 백신의 안전성 검사를 위해 2주간의 검사 기간이 소요된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예정보다 접종 시기가 늦춰지면서 자칫 독감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애초 정부가 백신 접종을 지나치게 서두른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태로 접종 시기가 늦춰진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늦더라도 접종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9말~10초'엔 접종 시작해야" 강조 

정부는 올해 독감 백신 접종의 적기로 ‘9월’을 강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빠르면 9월 말, 10월 초부터는 접종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독감 백신 접종시기를 앞당기기로 하고 지난 8일부터 2회 접종이 필요한 생후 6개월에서 만 9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에 나섰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25일 현재 기준으로 만 16~18세 고등학생과 임신부들에 대한 접종이 진행 중이어야 한다. 

하지만 백신 상온노출 사고로 무료 백신 접종이 전면 중단되면서 백신 접종을 서둘렀던 정부 정책이 오히려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올해엔 서둘러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무료 백신 접종이 중단되면서 불안한 여론이 폭발한 것이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 유료 백신을 맞겠다며 병·의원 앞에 줄을 지어서서 올 초 ‘마스크 대란’ 당시와 유사한 장면이 재연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 세종지부 산하 건강증진의원의 경우, 이틀 동안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다녀가기도 했다.

◆접종시기 지연이 오히려 적기?

전문가들은 당초 정부의 독감 백신 접종 계획이 '다소 조급했던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해 접종이 지연된 것이 결과적으로 ‘제 때에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보통 백신 접종을 한 뒤 최소 2주에서 4주가 지나 항체가 형성되면서 면역이 생긴다. 다수의 연구결과에서 면역 효과는 3개월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 계획대로 ‘9월말~10월 초’에 백신을 접종할 경우 독감 유행이 피크에 달할 때쯤엔 면역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백신 접종을 지금 하는 건 너무 빨라 지연돼야 맞다”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대개 독감은 12월부터 유행해 2월 정도까지 가는데, 면역 효과는 3개월 가고 끝난다”며 “1월 유행을 생각하면 지금 맞으면 효과가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석 중앙대학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본지 통화에서 “면역력이 생기려면 2~3주는 걸리므로 유행하기 한 달 전에 맞는 것이 좋다”며 “10월에서 11월쯤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의 입장도 백신 상온 노출 사태를 계기로 이전과 미묘하게 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25일 본지 통화에서 “유행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중요한데, ‘늦어도 10월 말 이전’에는 접종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시기를 놓친 경우라도 맞으라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불과 일주일 전, 백신 상온 노출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국회에서 ‘9월 말~10월 초’에는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며, 접종을 시작하는 최초 시기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10월 말 이전’에 접종하면 좋다며 적정 접종 시기를 다소 늘려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 백신사업에 대한 신뢰 하락 

방역 골든타임과 별개로, 이번 사태는 국가 무료 접종사업에 대한 신뢰를 깨뜨려 국민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 신뢰를 깨뜨린 문제와 이후 접종 환자가 한꺼번에 병원에 몰리게 될 혼란”이라며 “코로나 시대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환자들이 백신을 못 믿겠다고 수백 명씩 줄 서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 독감 예방 접종을 했다는 이진욱(29·회사원)씨는 “사제(유료) 백신을 맞았는데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됐다는 걸 보니 지금까지 물주사를 맞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백신에 대한 불신이 백신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예방접종 자체를 꺼리는 사례도 있다. 우모(29·회사원)씨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다는 기사를 보고 접종하신다는 어머니를 말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소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백신은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근태 회장은 “독감하고 코로나가 섞이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늦었다고 접종을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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