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돼버린 불신임 임총, 합법적인 정쟁(政爭) 도구될라
연례행사 돼버린 불신임 임총, 합법적인 정쟁(政爭) 도구될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9.28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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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집행부 취임 이래 매년 불신임안 상정, 시간·비용·갈등 유발 후유증
오프라인만 가능해 코로나에 역행 지적도···발의요건 강화 필요성 제기

 

지난해 12월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 총회 모습. 이날 총회에선 최대집 회장 불신임 안건과 의협 정책 방향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가칭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안건이 상정돼 모두 부결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 총회 모습. 이날 총회에선 최대집 회장 불신임 안건과 의협 정책 방향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가칭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안건이 상정돼 모두 부결됐다.

최대집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27일 열린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서 모두 부결됐다. 

지난 2018년 회장 취임 이래 최대집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상정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매년 한 차례씩 불신임안이 올라와 임시총회가 열렸고 모두 부결됐다.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세 차례나 올라온 것은 의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제기는 의협 정관에서 규정한 대의원의 권리이지만 연례행사처럼 불신임안이 상정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불신임안이 자칫 의료계 내부 갈등을 유발하는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돼 의료계 내부 갈등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임총에 회장 불신임안과 함께 상정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의 경우 비대위 임기를 차기 회장 취임 이후인 오는 2022년까지로 규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불신임안을 발의한 측에서 불신임안을 전면에 내세워 임총을 개최한 뒤, 상대적으로 의결 요건이 느슨한 비대위 구성(참석 대의원 과반 찬성)을 노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세 차례 불신임안 모두 부결, 후유증 적지 않아 

최대집 회장에 대한 첫 번째 불신임 투표는 새 집행부가 출범한 지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2018년 10월에 열렸다. 당시 정인석 경남 대의원 등이 문재인 케어 저지와 수가 정상화 대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안건을 제출했다.

두 번째 불신임 투표는 지난해 12월에 있었다. 당시 박상준 경남 대의원 등이 회장 불신임 안건과 함께 의협 정책 방향 정상화를 위한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두 차례 임시총회 모두 반대표가 더 많아 불신임 안건은 부결됐다. 

27일 열린 임총에서 논의된 세 번째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42명 가운데 20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이 114명으로 반대(85명)보다 많았지만 불신임 의결을 위한 요건(참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채우지 못해 또다시 부결됐다. 

이처럼 회장 불신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총회가 사실상 연례행사가 돼버리면서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임시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총회를 전후해 의료계 내부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의 후유증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신임 투표는 반드시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모임을 금지하는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의원 A씨는 “1년에 한 번 연례행사처럼 임시총회가 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개최할 때 마다 1억원이라는 예산이 지출되고 있다”며 “지난 예·결산 분과위원회에서 ‘버릇처럼 임시총회 안건을 올리는 회원에 대해 총회 비용을 지불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대의원 B씨도 “의협 집행부에 불만이 있으면 의견으로 표출하면 되는데, 마치 혁명을 꿈꾸는 것처럼 매년 불신임 안건이 올라오고 있다”며 “이는 의협 회장을 꿈꾸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불필요한 예산이 매년 지출되는 만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분의1 동의로 불신임안 상정···병협·간협은 탄핵 규정 없어

이와 함께 불신임 투표를 위한 임시총회 요건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협 정관은 회장 등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재적 대의원 3분의 1이상의 발의로 대의원 총회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신임 발의가 이뤄지면 회장을 제외한 해당 임원의 직무 수행은 정지된다. 전체 대의원의 3분의 1만 동의하면 언제든지 회장에 대한 불신임을 임총을 통해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가진 대의원회 특성상 이처럼 3분의 1의 동의만으로 임총을 소집해 불신임 표결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나치게 요건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계 단체 가운데에서도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간호협회의 경우 회장에 대한 별도 탄핵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회원들이 '리더'로 선출했으면 일단 임기를 보장하면서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다. 

대의원 C씨는 “총회 개최 성립 요건이 전체 대의원의 3분의 1 요구로 정해져 있다 보니 협회에 불만을 가진 일부 대의원들이 툭하면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있다”며 “'전체 대의원 중 2분의 1 이상'으로 총회 개최 성립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의원 D씨 역시 “이번 불신임 안건으로 회장 및 상임이사진들의 직무가 정지돼 의협 회무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최근 야당에서 창원시에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과 함께 다시 파업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판국에 내부 싸움이 일어나고 있어 속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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