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자승자박···장관이 "장애인은 감염병에 취약" 명시한 매뉴얼 반박
복지부의 자승자박···장관이 "장애인은 감염병에 취약" 명시한 매뉴얼 반박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9.23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부 매뉴얼에 명시···박능후, 복지위서 "취약계층 아니다"
이종성 "예방조치 어려움 등 고려시 취약계층으로 규정해야"
의료계, 장애 스펙트럼 너무 넓어 "일부는 취약계층으로 봐야"
박능후 장관.(사진=뉴스1)
박능후 장관.(사진=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장애인은 방역 취약계층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불과 석달 전 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4차 추경에 장애인 예산이 없다’는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방역 차원에서 볼 때 장애인이라 취약계층으로 분류하는 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복지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서는 장애인을 '방역 취약계층'으로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코로나19를 중심으로)' 캡처.
지난 6월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코로나19를 중심으로)' 캡처.

지난 6월 30일 발간된 76페이지 분량의 복지부의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살펴보면 “장애인은 아래 특성으로 인해 감염병에 더욱 취약한 집단”이라고 적시돼있다. 매뉴얼은 장애인이 감염병에 취약한 특성으로 △손씻기 등 일반적 예방수칙을 이행하기 어렵고 △보조인 등의 일상적 도움이 필요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어려움 △기존 건강상태, 특히 호흡기 기능, 심장질환 또는 당뇨병과 관련된 상태를 언급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서두에 밝힌 발간 목적에서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장이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감염병 대응 및 지원 계획 수립 등에 참고"라고 명시했다. 또한 복지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매뉴얼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장애인의 고려사항을 처음 적용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감염병 상황에서 취약계층 대응 방안 마련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매뉴얼을 보더라도) 장애인도 방역취약계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복지위에서 장애인을 방역 취약계층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박능후 장관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장애인이 무조건 면역력이 약하다는 주장은 의학적 관점에서 틀린 사실일 수 있지만, 예방조치의 어려움이나 감염 후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장애인을) 보건의료서비스의 취약계층으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복지부 스스로 장애인을 방역 취약계층으로 규정한 매뉴얼까지 나왔지만 복지부는 "장애인은 방역 취약계층이 아니다"라는 박능후 장관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성일 복지부 기조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당시) 장애인에 대한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장애인국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클라이언트로서 고민해야 하니까 만든 것”이라며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해서 ‘장애인은 모두 방역취약계층’, 이렇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매뉴얼을 발간할 당시 장애인정책국을 총괄하는 사회복지정책실장이었다. ‘장애인도 코로나 취약계층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매뉴얼을 만들게 된 것 아니냐’고 묻자 “장관께서 (장애인에 대해 잘 아는) 사회복지학자신데 설령 그렇게 생각하셨겠느냐”며 "전달 과정에서 약간 오해 있을 수 있지만 장애인분들 엄밀하게 보살펴야한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을 방역 취약계층으로 보고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포함시켜야 하느냐에 대해선 의료계 내부에서도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말 “코로나 사망자 중 97%가 기저질환자”라고 밝혔다. 실제로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사망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에서 발표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장애인의 절반 가까이가 고혈압 환자이며, 5명 중 1명은 당뇨 환자로 조사됐다. 장애인의 80% 이상이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장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은 전체의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지난 7월 발간한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에 따르면 심장 질환으로 장애 진단을 받은 인구는 전체 장애인의 0.2%, 호흡기 장애인은 0.5%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애유형은 지체(48.1%) 장애인이었다. 

이처럼 코로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장애인을 코로나 취약계층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코로나19 방역 취약계층의 경계에 있는 셈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장애인이라는 집단 ‘전체’를 방역취약계층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장애 유형과 등급에 따라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는 이유에서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장애인의 '일부'는 취약계층으로 볼 수 있다”면서 “신체가 조금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 거동이 심각하게 불편하거나, 언어장애 혹은 행동장애가 있거나, 신경학적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고위험군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영 한양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도 본지에 “감염에 취약하다고 알려져있는 심질환, 폐질환 등이 있다고 하면 위험 그룹에 속하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뭉뚱그려서 취약계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이라기 보다는) 고위험집단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