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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가 또?···정부, 법안 제출되기도 전에 부지 매입 지시
공공의대가 또?···정부, 법안 제출되기도 전에 부지 매입 지시
  • 권민지·박승민 기자
  • 승인 2020.09.16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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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2018년 남원시에 공공의대 부지 확보 요청한 문건 공개
강기윤 "공공의대 논의도 전에 예산반영, 부지 매입한 건 '게이트'"
복지부 "기존 의대정원 활용해 추진하던 것, 의정협의 따라 현재 중단"

정부가 공공의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전북 남원시에 부지 매입 등을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에서는 부지 매입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누군가 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공의대 게이트' 의혹을 제기했고, 정부는 남원시와의 업무협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당정 협의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의혹의 근거가 되는 ‘비공개 문건’을 16일 언론에 공개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보건복지부와 남원시가 2018년 8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주고 받은 공문이 포함돼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8년 8월 22일 복지부는 남원시에 공문을 보내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기로 했으니 조속한 시일 내에 설립부지(안)을 검토해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에는 국회에 공공의대법안이 제출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해당 공문이 남원시에 발송된 지 약 한달 후인 9월 21일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원내대표)이 공공의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복지부로부터 공문을 접수받은 지 5일이 지난 8월 27일 남원시는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총 3곳의 학교 설립 후보지’를 제출했다. 남원시가 제출한 후보지에 대해 복지부는 현장 시찰을 진행했고, 그해 12월 14일엔 남원시에 ‘3곳의 후보지 중 남원의료원 인접 부지가 최적의 대안’이라며 ‘부지 및 관련 예산 확보, 대학시설기반 조성 등 설립 지원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지정해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월25일 남원시는 두 가지 구역계(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복지부에 요청했고, 26일 복지부는 두 가지 안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또다시 ‘부지 매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복지부와 남원시가 '물밑 작업'을 한 결과, 지난 5월 기준으로 남원시는 공공의대 설립 계획 부지의 44%인 2만8944㎡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태년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의대법안은 올해 5월 29일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개원한 직후인 지난 6월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과 전북 남원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각각 공공의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강기윤 의원은 특히 21대 국회에 들어서도 공공의대법안은 심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지만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공공의대 설립 관련 항목을 포함시킨 상태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복지부가 전북 남원 공공의대의 학교 및 기숙사 설계비 2억3000만원(총 설계비 11억8500만원의 20%)을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포함시켰다”며 “행정부가 ‘예산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하고 이를 토대로 행해져야 한다는 ‘법률유보 원칙’과 ‘법치주의 원칙’을 문재인 정부가 전면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공공의대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는 둘째치고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인데, 사업비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 것도 모자라 정부 차원에서 직접 부지를 골라 특정 지자체에 매입을 지시한 것은 공공의대 게이트라 할 만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남원시와 부지 매입을 위한 업무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018년 당정협의에 따라 의대 정원의 추가적인 확대 없이 기존 의대 정원을 활용한 공공의료대학원을 남원에 설립하는 것으로 추진계획이 이미 발표된 바 있다”며 “추진 계획에 따라 2018년 당시 복지부와 남원시 간의 업무협의가 계속 진행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협의 문서는 비공개 문서가 아닌 일반적인 공문으로 처리가 된 문서”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의료계와의 합의에 따라 공공의대 설립 추진은 중단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정책관은 “공공의대와 관련해서는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논의될 사안이고 국회 법의 통과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관여할 여지는 크게 없다”며 “현재 공공의대의 정책 추진은 의정 협의서에 따라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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