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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철회 명문화해야" VS "그간의 대화 내용 책임질 것"
"정책 철회 명문화해야" VS "그간의 대화 내용 책임질 것"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9.02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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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정부, TV토론회서 최근 전공의 사태 등에 대해 공개토론
안덕선 "(의대증원) 총선 후 튀어나온 정치적 의제 아니었나 의심"
김헌주 "의협 의견수렴 부족 사실이나 15년 연구 통해 화두 던진 것"

의대 증원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한창인 가운데 1일 의료계와 정부 관계자가 의대 증원 정책과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문제 등을 놓고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철회를 문서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정책 철회를 명문화하는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일"이라며 난색을 표하는 등 여전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1일 저녁 JTBC '뉴스룸'에서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과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스튜디오에 나와 약 20분간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날 오전엔 최근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 파업 중단 조건으로 △의료계가 4대악(惡)으로 규정한 4가지 정책의 원점 재논의와 △전공의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명문화된 합의문을 제시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전공의들은 이 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언제든지 파업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안 소장은 "전공의들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명문화된 문서가 있어야 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상호 신뢰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 철회를 문건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안 소장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며 "의료인도 다른 근로자와 같이 육체노동과 감정노동, 지식노동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단행동이라는 의사표현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김 정책관은 "정부는 그동안 대화 과정에서 스스로 남긴 말과 글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다만 정책 철회를 명문화하는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상당한 고민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견 수렴 절차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진료현장으로 복귀해 대화에 나서달라"고 전공의들에게 당부했다. 

양측은 이날 의대 증원이나 공공의대 신설 문제 등의 쟁점을 놓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특히 안 소장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의료계 등 이해 당사자들과 정부가 논의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총선 이후 튀어나온 정치적인 의제가 아니었나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의사 수를 늘려봐야 효과가 나오는 것은 15년 후의 일"이라며 "(공공의료 분야에) 매년 1000명만 수용하면 되는데, 현실적인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먼 훗날의 일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했다.

지역간 의료서비스 격차에 대해서도 안 소장은 "정부가 극단적인 예를 들며 도농 격차가 엄청난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도시와 시골 간의 의료 격차가 20%대를 오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모범국가"라고 했다.

이에 반해 김 정책관은 "공공의대 신설이나 첩약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은 오랜 토의를 거친 정책으로,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의대 정원 증원 문제의 경우 의협이나 전공의들로부터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5년간 연구를 거듭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의사 수가 적었을 때는 의사 수의 증가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평균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의사 수나 분포도 공공의료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공의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취업할 만한 병원 등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정책관은 "도시와 시골 간의 의사 수 뿐만 아니라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이나 의료 접근성은 분명한 차이로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지역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의료수가를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은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했다. 

안 소장은 "의료수가를 올려달라는 요구는 급여 상승보다는 의료전달체계 구조를 변경하자는 의미"라며 "수가 문제를 밥그릇 싸움 내지 급여를 올려달라는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관은 "'의료수가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지역에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이유가 의료수가 때문인지는 의문"이라며 의사 한 명이 상당히 많은 수의 환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수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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