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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받지 않은 의료기기 광고에 업무정지 처분, 문제없을까?
심의받지 않은 의료기기 광고에 업무정지 처분, 문제없을까?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9.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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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표현의 자유 침해, 사전검열로 위헌" 판결
상업광고도 표현의 자유 대상 적용됨을 재확인

심의 받지 않은 의료기기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헌법 21조 1항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인 데다 같은 조 2항의 사전검열 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와 구 의료기기법 36조 1항 14호 중 ‘24조 2항 6호를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부분, 구 의료기기법 52조 1항 1호 중 ‘24조 2항 6호를 위반한 자’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며 8:1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위헌 제청 신청인인 A 주식회사는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전주시장으로부터 판매업무정지 3일 처분을 받았다. 전주시는  A사가 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의료기기법 24조 2항은 “누구든지 의료기기 광고와 관련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6호에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명시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해당 법률 일부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제청법원 전주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 21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돼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허가 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광고의 심의기관이 행정기관인지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면서 “민간심의기구가 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이 개입해 심의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행정기관의 자의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개입 가능성의 존재 자체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의견을 밝힌 이영진 재판관은 “의료기기 광고와 같은 상업 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되고, 사전검열 금지 원칙의 적용대상”이라면서도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식약처장 등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2015년과 2018년, 2019년에도 광고의 사전심의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는 2915년 의료광고의 사전심의에 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2018년과 2019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광고의 사전심의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바 있다”며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상업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고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며, (과거) 헌재 결정의 논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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