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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르고, 달래고···강온 전술로 전공의 다잡기 나선 정부
얼르고, 달래고···강온 전술로 전공의 다잡기 나선 정부
  • 권민지·박승민 기자
  • 승인 2020.08.27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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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복귀 행정명령 발동 후 전공의 실제 근무여부 확인 나서
일부는 회유, 일부는 강경 대응···전공의 내부동요 유도 해석
피켓을 든 전공의 옆에 환자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1)
피켓을 든 전공의 옆에 환자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1)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전공의들에 대한 업무복귀 행정명령 발동을 계기로 정부가 각 수련병원을 찾아다니며 전공의들의 실제 근무 여부 확인작업에 나섰다. 행정명령 불이행을 근거로 이들을 제재하기 위해선 먼저 실제로 근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정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에게 얼굴만 비치면 행정처분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식의 유화책을 제시하는가 하면, 일부는 병원측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아내 근무지 이탈을 확인해내려 하는 등 정부가 강온(強穩)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가 전공의들을 동요시켜 내부 전선을 흐트러뜨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얼굴만 비치면 행정처분 면제?

27일 오전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전공의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에 실사를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A씨는 조사를 나온 복지부 관계자들이 병원 교육수련부장을 통해 “응급실에 지금 내려와서 얼굴만 비치면 행정처분을 면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무하지 않더라도 얼굴만 비치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행정처분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 B씨도 “일부 대학병원 응급의학과장들도 ‘일 안 해도 되니, 소나기 피하는 차원에서 병원에 잠시 나와만 있어라’고 (전공의들을) 설득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공의들이 매우 강경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전공의 파업에 대해 엄정 대응을 지시한 상황에서 일선 공무원들이 이처럼 전공의들의 편의를 봐주려는 이유는 뭘까. 

전공의들은 전공의 파업 참여율이 8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일부 병원의 파업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전공의들을 동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 파업 국면에서 전공의들이 강하게 정부와 대치할 수 있는 것은 전공의 대다수가 단일대오를 이뤄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인데, 일부가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면 이처럼 일사불란한 단일대오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A씨는 "세브란스병원의 파업 참여율이 높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브란스병원이 정부의 타깃이 됐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병원측에 '명령불이행 확인서' 작성 요구

이와 반대로 현지 조사를 나온 일부 복지부 관계자들은 병원 측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측이 전공의들이 근무하지 않았다고 확인해주면 이를 근거로 해당 전공의들의 명령 불이행을 입증하려는 것이다. 

27일 복지부 공무원이 서울 소재 한 병원에 작성을 요구한 확인서.(사진=독자 제보)
27일 복지부 공무원이 서울 소재 한 병원에 작성을 요구한 확인서.(사진=독자 제보)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오늘 오전 복지부 현지실사단이 병원에 나왔다”면서 “전공의들의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해서 (병원이) 서명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복지부의 ‘확인서 작성’에 병원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본지 통화에서 “확인서를 받아 (전공의들이) 근무 안 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라며 “(복지부에서) 법적 권한으로 자료 열람이나 제출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없는 문서를 작성하거나 (확인서 등에) 서명해야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현장에 나왔다면 행정조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확인서’ 작성에 따라야 할 의무까지는 없다”며 “병원 측의 (확인서 작성) 거부가 행정조사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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